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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아라/시카테마] 결혼식

프리가 2015. 10. 15. 21:23







준비는 모두 끝났다가아라 주변에 있던 암부 닌자들은 제 자리를 찾아 빠르게 사라졌다.꼭 그렇게까지 해야겠냐니깐그의 등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가아라는 아주 천천히 나루토를 향해 몸을 돌렸다호카게와는 이미 이야기를 마쳤다그가 대꾸했다물론 그렇긴 하지만너무 걱정 말라는 뜻이었다니깐나루토가 머쓱하게 입 꼬리를 올리곤 제 뒷목을 쓸었다부채누나에게는 찾아가봤어사쿠라짱이 무지 예쁘다고 했어가아라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할 일이 많아서대신 칸쿠로가 옆에 있으니까나루토가 시간을 확인하고서 다시 입을 열었다곧 시작하겠어어서 가자니깐나루토의 재촉에 가아라는 제법 초조한 발걸음을 옮겼다그런데 이럴 때야말로 제 3의 눈을 개안할 생각은 안 해봤어나루토가 농담을 던지자 그제야 그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아무리 가족이라지만 소름끼칠 거다가아라가 겨우 미소를 보였다.

오늘은 시카마루와 테마리의 결혼식이었다.



  

나뭇잎마을 나라 가문의 시카마루와 모래마을 카제카게의 누나이자 공주인 테마리의 결혼은 국제적으로 여러 의의가 있었다정작 당사자들은 그것에 대한 생각을 깊게 해본 적이 없는 눈치였지만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결혼식을 특히 주목했다우선 가십거리가 많았다동맹관계를 더 강화시키고자 공주를 나뭇잎마을에 넘겼다모래마을 내부에서도 원로들이 난리였다.이왕 보낼 것이라면 차기 호카게로 거론되는 우즈마키 나루토가 적합하지 않았냐는 소리였다.나루토가 휴우가 가문의 히나타와 먼저 결혼을 한 게 다행이었다식 날짜 역시 자기들의 입맛에 맞게 정해버렸다정황상 이해 바란다는 편지를 자필로 써 몇 번이나 나라 시카마루에게 보냈다그는 대충 예상한 반응이니 괜찮다는 답을 하며 뜻을 따랐다아마 그쪽에서도 호카게의 관여도 있을 것이었다그들의 결혼 준비는 정말 정략마냥 진행이 됐다하지만 가아라는 알고 있었다사실 테마리가 시카마루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을 때 많이 놀랐고아직까지 사랑에 대한 감정을 다 깨닫지 못했지만어느 정도 익숙해진 시점에서 테마리와 시카마루를 보고 있노라면 국제적인 이해관계를 전부 빼서도 그들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이 들었다테마리는 시카마루 옆에서 형제들과 있을 때와는 또 다른 표정을 보였다제 누나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웃을 때 그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느꼈다적어도 칸쿠로와 자신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식 자체는 나라 가문에서 그들의 방식으로 주관하기로 했다유서 깊은 가문인 만큼 따라야 할 관례가 많다고 시카마루가 주장했다다른 부분을 전부 양보해온 만큼이번은 원로들의 고집을 겨우 꺾을 수 있었다결국 그가 원하는 대로 식은 나라 가문 영역의 숲 신사에서 열렸다가아라는 다른 나라의 카게들과 고갯짓으로 인사하고선 착석했다전쟁 이후 첫 국제 행사에 오대국 카게들이 직접 하객으로 찾아왔다분위기는 생각했던 것 보다 부드러웠다이 역시 호카게와 나루토의 부단한 노력의 결과일 것이다가아라가 의자에 몸을 기대었고 옆에서 미즈카게가 말을 걸어왔다.

누이를 매우 아끼시나봅니다카제카게님.”

역시 암부들이 기척을 완전히 숨기는 것은 무리였나가아라는 담담하게 가만히 있었다.

걱정 마시지요분명 호카게는 알고 있을 테고라이카게와 츠지카게는 벌써부터 여흥부터 생각하느라 모르는 것 같네요.”

다만그녀가 능청스럽게 덧붙였다정치적인 행사라 할지라도 결혼식이니까요여자들에게 있어서 빛나는 순간이라고도 하는가아라는 잠시 무어라 대답할지 고민했지만 나루토가 사회자 자리에 올라오며 식이 시작됐음을 알렸다미즈카게는 입술에 검지를 올리곤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집중하셔야죠나루토는 의외로 진중한 태도로 진행에 임했고곧 신랑 시카마루가 먼저 입장을 했다가문 문양이 수놓인 전통 하카마 차림의 그는 긴장한 듯이 보였지만 분명 당당하게 고개를 바로 하고 있었다이어서 신부 테마리가 나라 가문의 사슴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신이 사슴의 몸을 빌려자신이 인정한 새 신부를 안전하게 데려오는 것을 뜻하는 의례라고 나루토가 간단히 설명했다테마리는 시로무쿠에 와타보우시를 머리 위에 장식하고 있었다얼굴이 다소 가려졌어도 새하얀 자태의 그녀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가아라의 옆에서 카게들이 작게 탄성을 내뱉었다그는 정작 뭐라 반응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양쪽 일가의 친척들까지 들어온 후재계의식과 삼배의식 등 빠르게 진행됐다그동안 아무런 습격도자그마한 문제조차 생기지 않았다그저 축복과 신의 가호만이 함께했다가아라는 그 모든 광경을 조용히 지켜봤다.

 

 


어린 시기엔 사소하면서도 큰 오해에 일미라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서 날뛴 적이 많았다.그럴 때마다 마을은 큰 피해를 입었다제 손으로 동료들을 많이도 죽였다그런 자신을 아버지는 암살 대상으로만 쳐다봤다형제인 테마리와 칸쿠로 역시 자신을 두려워했다그 당시엔 그저 고독할 뿐이었다제 상처만 살필 뿐이었다가슴 속의 아물지 않은 상처나뭇잎 부수기 작전이 실패로 끝난 후 폭주의 여파로 한동한 꼼짝 못하고 있었다인주력이기에 상처는 빠르게 치유가 됐지만 어찌된 일인지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벌이다여태 자신이 행해온 죄에 대해 벌을 받는 것이다그는 침대에 누운 채 눈만 깜빡였다그 때 칸쿠로와 테마리가 들어왔다그들은 붕대를 갈아주며 나지막이 말했다아버지가 국경 어딘가에서 시체로 발견 됐다고.모래마을은 오로치마루에게 속은 것이며그 이유로 나뭇잎마을과의 동맹을 유지할 수 있게 됐음을 알려줬다붕대를 다 간 뒤에 형제들은 바로 나가지 않았다도리어 칸쿠로는 머뭇대고 있었다곧 테마리가 조심스럽게 가아라의 손을 잡았다막내의 작은 손을 연신 만지작거리며 이내 입을 열었다미안해가아라여태 널 제대로 보지 못했어모른 척 해서 미안해미안해.누나의 손이 은연중에 떨리고 있었다가아라는 깨달았다자신의 상처그것 하나만으로 남들에게도 끔찍한 상처를 입힐 순 없었다죽이지 않는다고 해서 상처를 주지 않았다 변명하지 못했다마치 자신에게 누군가 그랬듯이그도 제 형제들과 주변 이들에게 상처를 남긴 것이었다가아라는 온 힘을 다해 겨우 몸을 일으켰다그녀는 어울리지 않게 히끅 소리 냈다가아라는 잠시 망설이다 제 누나를 어색하게 안았다……이제 됐어테마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칸쿠로 역시 그들에게 다가와 가아라의 어깰 감싸 잡았다어느새 가아라 역시 눈물을 보이고 있었다.

 

 


피로연이 남았다. 주변 경계를 더 철저하게 하도록가아라는 지시했다그는 술 한모금도 입에 대지 않았다자신은 너무나도 큰 과오를 저질렀다지금까지 그것들을 씻어내고자 했다.그렇게 동료들의 믿음을마을 사람들의 믿음을 얻었다자신의 곁에 계속 있어준 이들은 테마리와 칸쿠로였다계속 자신을 걱정하고믿어줬다그리고 지금 이 순간만큼은 테마리가 걱정하는 일이 없었으면 했다오늘 그녀는 누구보다도 빛나야했고 그러했다이어서 신랑 신부가 서로 손을 잡은 채 피로연에 등장했다테마리는 화려한 색의 이로우치카케로 갈아입고 있었다호카게 카카시가 대표로 축사를 했다정갈한 피로연 요리가 코스로 나오기 시작했고 신랑의 동기들이 자유롭게 축하를 전했다아까까지 진지하게 사회를 봤던 나루토는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카마루와 테마리에게 짓궂은 소릴 했다. 피로연이 웃음바다가 됐다마지막으로 가족들에 대한 인사가 있었다요시노와 나라가의 친척들그리고 칸쿠로가 자리서 일어났다.

카제카게님도 가보지 그러시나?”

라이카게가 팔짱을 낀 채 심드렁한 투로 대뜸 말했다그의 목소리는 다소 컸고 하객들의 시선은 전부 가아라에게 향했다.

……그게.”

그래 맞다니깐신부 측의 소중한 가족이잖아!”

나루토가 더욱 큰 목소리로 외쳤다옆에서 사쿠라가 그의 등짝을 손바닥으로 쳤다가아라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미즈카게가 씩 웃으며 그를 앞으로 떠밀었다그는 겨우 빠르게 칸쿠로 옆으로 향했다얼굴이 화끈거렸다잘 왔어칸쿠로가 느긋하게 읊조렸다먼저 신랑 시카마루가 편지를 읽었다요시노는 황급히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었다다음으로 테마리가 품속에서 곱게 접은 종이를 꺼냈다그녀는 시카마루와 뭔가를 이야기하더니 곧장 동생들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편지는 사실 별 내용 없었다그래도 가아라는 테마리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낭송을 마치고서 그녀가 고개를 들었다가아라에겐 오늘 제대로 보는 누나의 얼굴이었다.

……내 동생들.”

테마리의 눈가엔 눈물이 가득 맺혀있었다그리고 그 어느 때보다 밝고 아름다운 미소를 보였다그녀가 칸쿠로와 가아라의 손을 잡았다새하얀 얼굴이 조금 붉게 물들었다가아라는 문득 테마리가 처음으로 제 손을 제대로 잡아줬던 그 때가 생각났다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그는 이내 누나의 손을 조금 힘주어 쥐었다칸쿠로가아라그녀가 동생들의 이름을 몇 번이고 불렀다그 뿐이었다.

그렇게 울면 화장 다 번진다고.”

툴툴대는 칸쿠로의 목소리엔 울음기가 가득했다가아라는 한층 부드러워진 눈매로 그녀를 바라봤다.

……테마리.”

축하해그의 말에 테마리가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녀는 참지 못하고서 동생들을 끌어안았다가아라는 잠시 눈을 크게 뜨다 칸쿠로와 함께 조심조심 테마리에게 팔을 둘렀다너희가 내 동생이여서 행복해그녀가 결국 눈물을 쏟아내며 속삭였다역시 그 때가 떠올랐다.눈시울이 뜨거워졌다더 행복해야해가아라는 고개를 푹 숙이곤 테마리의 등을 도닥여줬다.……더 행복해져야해누나는.

……더 많은 사랑을 받아.”

하객 몇몇이 훌쩍이는 소리가 들렸다.

 


 

그 뒤 가아라는 암부를 해산시켰다피로연은 꽤나 오래 진행됐다카게들은 상황을 살피고선 축하의 말을 남긴 뒤 하나 둘 떠났다테마리는 조금 부은 눈으로 나뭇잎마을의 여자 닌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었다칸쿠로는 테마리의 화장을 고쳐줘야겠다며 키트를 찾으러 잠시 자리를 비웠다.

그들을 돌려보내셨군요.”

시카마루가 가아라에게 술잔을 건넸다그는 그것을 받아들었다.

……편하게 말해카게들도 돌아갔고, 지금 난 테마리의 동생으로서 여기 있는 것이다.”

허락해주신다면야.”

동시에 그들은 건배했다.

약초 몇 개를 섞어 달였어그것도 관례거든.”

귀찮기만 하지만 말이야시카마루는 먼저 잔을 쭉 비웠다.

사실 아까까지 나뭇잎의 암부들도 여기 있었어.”

아아그 정도의 규모라면 카게들도 알고 있을 것 같더군.”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냐시카마루는 잠시 제 뒷머릴 긁적이더니 말문을 트였다.

정치적인 행사로 보였겠지거의 사실화 됐고그래도나는.”

……알고 있다.”

가아라가 고개 돌려 시카마루를 똑바로 바라봤다그렇지 않다는 거……그래서 암부를 불러들인 거다시카마루가 뜸을 들이다 씩 웃었다.

그래그렇다면굳이 유치한 말은 안할 테지만.”

대충 널 믿고는 있다.”

한 가지 염려라면가아라가 눈을 내리깔고서 술잔을 살짝 흔들었다시카마루는 아까마냥 조금 긴장한 눈치로 그를 쳐다봤다가아라의 얼굴은 한결 편해져 있었다.

가정교육을 못 받은 이의 누나라 고생이 많겠어.”

.”

결국 시카마루가 미간을 좁혔다가아라는 제법 여유롭게 잔을 기울여드디어 술 한 모금을 마셨다옆에서 시카마루가 다급하게 뭐라 말을 늘여놓았지만 가아라는 딱 한 마디만 더 내뱉었다.

……술맛이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