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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화~228화 발렌타인 사건 이후.
*날조 주의.
*퇴고 1도 안함 주의.
교고쿠는 커다란 배낭을 메고 있었다. 그러므로 허리 아래를 끌어안아야 했다. 그의 몸이 반동으로 잠깐 밀려났다.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있던 소노코는 곧바로 떨어졌다. 그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미소를 보였다. 교고쿠의 표정을 읽고 싶었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아하하. 두 팔을 뻗어 이번엔 그의 손을 잡아보았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열기가 느껴졌다. 곧 까무잡잡하고 기다란 손가락이 얽혔다. 소노코는 그제야 고개를 제대로 들었다. 그리고 교고쿠와 마주할 수 있었다. 가늘어진 눈매. 붉은 기가 감도는 뺨. 시원스러운 웃음.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꼭.”
“그렇군요.”
교고쿠는 나머지 손으로 목을 쓸었다. 이젠 정말 그를 보내야 했다.
“다음 귀국은 언제?”
“합숙 기간이 아직 조정 중이라..... 정해지는 대로 빠르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응. 기다릴게요.”
자연스럽게 나오는 말일 뿐인데도 교고쿠는 새삼 얼굴을 붉혔다. 소리 내어 웃던 소노코 쪽에서 부드럽게 손을 뺐다. 그가 다시금 그녀를 힘주어 잡았다. 소노코는 눈을 크게 떴다. 저어. 그러니까. 미세하게 떨리는 목소리였다.
“.......많이 좋아합니다.”
“아.”
그건 이쪽도. 다급히 덧붙였다. 그러니까 저도.
“마코토 씨를 정말 좋아해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요. 그녀는 뒷말을 겨우 삼켰다.
여름의 무더위와 함께 시작된, 후덥지근한 감정이었다. 교고쿠의 해외 유학은 그와 처음 제대로 만난 자리에서 바로 알게 됐다. 교고쿠는 신중하다 못해 냉정했다. 소노코에게 호감을 드러내놓곤 쉽사리 미래에 대해 논하지 않았다. 말이라도 그럴듯하게 했다면. 그렇게 불을 질러놓고 떠난다는 것이 우스웠다. 그럼에도 백기를 든 사람도 그녀였다. 그까짓 기다리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사리 튀어나올 줄 몰랐다. 귀까지 열이 올랐다. 눈가가 촉촉해질 때 거뭇한 손이 소노코의 얼굴을 어설프게 쓸었다. 두어 번 눈을 깜빡이자 교고쿠의 모습이 선명해졌다. 두꺼운 안경 렌즈 너머로 비치는 눈빛. 그녀조차 섣불리 느끼지 못한 확신이었다. 소노코는 그만 멍청한 웃음소리를 내고 말았다. 요령 없는 억센 손을 포개며.
교고쿠가 일본을 떠난 뒤 연락을 자주 하느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출국 후 2개월의 공백이 있는 동안은 애가 타다 못해 포기까지 생각할 정도였다. 겨우 울린 착신음에 열렬한 화를 냈다. 딱히 할 말도 없는데 전화하긴 어려웠다는 그의 말에 금방 힘이 빠졌지만. 그럼에도 소노코는 또 웃음이 나왔다. 눈물을 닦아내며 웃어버렸다.
어느새 두 번의 계절이 지나갔다. 같잖은 밀고 당기기를 홀로 하면서 몇 번의 선물을 보냈다. 그 덕에 오해도 있었지만 교고쿠가 직접 소노코 앞에 나타났다. 그녀는 손수 만든 초콜릿을 건넸다. 고백과 함께. 먹기 아깝다는 그를 타박주면서 겨우 입 안에 밀어 넣게끔 했다.
― 달아요.
― 그럼 초콜릿인데 뭘 생각했어요?
― 그런 의미가 아니라.
의아한 표정으로 있던 소노코는 다시금 뺨이 붉어졌다. 마코토 씨. 거기까지. 더 말하지 말아요. 교고쿠의 입을 틀어막고 있던 그녀는 갑자기 한참 깔깔거렸다.
공항에서 그를 배웅하고 다음날 학교에 와서야 실감이 났다. 비행기 이륙 직전 교고쿠의 마지막 메일. 소노코는 몇 번이고 똑같은 화면을 들여다봤다. 후에 교실로 들어온 란이 인사를 건넸다. 어제는 분명 어딘가 쳐진 모습이었는데, 언제 그랬냐는 듯 활기찬 목소리였다. 과정이 어쨌든 신이치에게 초콜릿이 잘 전달된 모양이었다. 란은 소노코를 열렬히 축하해줬다. 주변에서 다른 반 친구들도 몰려들었다. 수다는 길게 이어졌다.
“남자친구 사진 보여줘.”
소노코는 메일로 주고받았던 몇 장을 보여줬다.
“단체 사진이네. 따로 가지고 있는 사진은 없어?”
“있긴 한데. 그것도 그쪽 사람들과 다 같이 찍은 게 대부분이야.”
“이참에 증명사진이라도 한 장 달라고 해. 남자친구잖아.”
그러고 보니. 그에게 찻잔을 선물로 보냈을 때 답신으로 온 사진조차 여러 명이 함께 있는 광경이었다. 소노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여자애들은 지갑에서 저마다 조그마한 사진을 꺼냈다. 단정한 교복차림의 남학생. 아마 이런 건 힘들 걸. 란이 대신 답했다. 교고쿠 씨는 유학 중이니까.
“그래도 소노코, 한 번쯤은 물어봐도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란이 소노코의 어깨를 도닥거렸다.
무심결에 나온 부탁이었다. 교고쿠는 미국에 도착하고서 하루 뒤 바로 연락을 해왔다. 쿠션을 앞에 낀 채 오랜 통화를 했다. 두근거리는 고동과 그의 목소리가 동시에 귀를 울렸다. 사실 지금도 믿기지 않는다는 낯간지러운 말을 교고쿠는 아무렇지 않게 했다.
“저어 그러면.”
― 네. 말씀하세요.
소노코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우리 사귀기로 했으니까.”
― 아아. 네.
그가 내뱉는 한 마디에도 힘이 실렸다.
“가지고 싶은 게 있는데요.”
― 네?“마코토 씨 사진이요.”
― 사진이라면 전에도 보내드리지 않았나요?
“그렇긴 한데.”
조금 다르다고요. 힐난하는 어투로 다시금 말했다.
“마코토 씨 본인 단독 사진이요. 여럿이서 찍은 거 말고요.”
― 아?
다소 멍청한 음색이었다.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간직하고 있다가 꺼내보면 좋을 것 같아서요. 나 마코토 씨 여자 친구니까. 그 사실을 새삼 깨달을 수 있을 테고요.”
― 아아.
“역시 곤란한가요?”
― 그럴 리가요.
교고쿠는 한참 뒤에 덧붙여 답했다.
― 기뻐요.
“그래요?”
― 네. 곧 편지에 동봉하겠습니다.
“그럼 나도 보낼게요. 내 사진이요.”
― 기대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그가 다시금 말문을 텄다.
― 이번 합숙이 끝나고 한 달 정도 뒤에 귀국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정말?”
― 네. 이것저것 미리 약속을 빼도 사흘은 여유가 있겠어요.
“와아, 신난다!”
소노코는 어린애마냥 해맑게 외쳤다.
― 소노코 씨.
“음?”
― 소노코 씨의 사진과 별개로 말입니다. 저도 받고 싶은 것이 있어서요.
눈동자를 굴렸다. 그녀가 알아서 선물을 열심히 보내도 여태껏 뭘 원한다 한적 없는 사람이었다.
“뭔데요? 뭐든 말 해봐요.”
― 그것이.
교고쿠가 말끝을 흐렸다.
“궁금하게.”
― 직접 만나서 말씀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엥.”
소노코가 집요하게 졸라도 그는 끝끝내 말해주지 않았다. 사귀어도 꽉 막히고 고집스러운 건 어디 안가네요. 따지듯이 쏘아붙였다. 교고쿠는 뒷말보다 앞부분에 반응을 보였다. 분위기는 재차 부드러워졌다. 하품을 참으며 그와의 대화에 집중했다. 아침 훈련 시간이 되자 교고쿠는 그럼 다음에 또. 라는 짤막한 인사를 건넸다. 다음. 그녀처럼 그 역시 계속 상기하고 싶어 하는 걸지도. 막연한 추측이었지만 둘 사이의 다음은 연달아 이어졌다.
몇 주가 지나 바다를 풍경으로 한 엽서와 작은 사진이 도착했다. 이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교고쿠는 주로 해변이 배경인 엽서를 골라줬다.
소노코는 아직 사진을 선택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고민 끝에 사진 몇 다발을 묶음으로 들고 모리 탐정 사무소를 쳐들어갔다. 란의 아버지 코고로는 잠시 외출 중이었다. 란과 같이 지내고 있는 코난이라는 꼬마 아이가 소노코를 맞았다. 둘이서 간식을 먹으려 준비 중인 듯 했다. 소노코. 마침 잘 왔어. 과자 구웠거든. 노릇한 버터 냄새가 나는 쿠키였다. 그가 일본에 있었다면 자주 만들어 줬을 텐데. 아직 그가 원하는 무언가에 대해 감조차 잡지 못했다. 그녀는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탁자 위로 코난이 조심조심 찻잔을 올렸다. 쿠키가 담긴 접시가 놓이고 남는 자리에 사진들을 내려놨다. 란과 코난의 표정이 볼만했다.
“소노코 누나. 이건 다 뭐야?”
“교고쿠 씨에게 사진 보낸다며. 아직 못 정한 거야?”
두 사람이 각각 한 뭉치씩 사진을 살폈다. 대부분 란과 함께 하거나 스스로 찍은 것들이었다.
“아예 스튜디오를 빌려서 촬영을 할까 싶어. 란, 같이 갈래?”
“내가 가봤자......”
“란은 신이치 군에게 보내면 되잖아.”
“또 심술부린다. 소노코.”
란이 볼을 부풀렸다. 사진을 내려놓고 자기 몫의 차를 따르던 코난이 입을 열었다.
“자연스러운 게 제일 좋지 않아?”
“자연스러운?”
“교고쿠 형이 소노코 누나한테 반한 부분도 그렇잖아. 누나가 란 누나를 응원하는 모습에서였다며. 외모나 눈에 보이는 것 따위가 아니니까. 쿄고쿠 형 취향은 그렇지 않을까 싶어서.”
코난은 초등학생이면서 조숙한 소리를 곧잘 했다. 옆에서 잠자코 있던 란이 아! 하고 작게 탄성을 질렀다.
“우리 반 미도리!”
“사진부의 미도리 말이지?”
“맞아. 이따금씩 우리를 찍곤 했었지? 움직이는 피사체에 대한 연습이라면서.”
“그러고 보니 사진 인화했다고 찾아오라 했었어.”
“건질만한 게 있지 않을까. 이전에 미도리의 사진 본 적 있었는데 근사했어.”
남은 부스러기를 정리하고 소노코와 란은 곧장 미도리의 집으로 향했다. 코난을 혼자 둘 수 없었기에 동행하였다. 미도리는 반갑게 두 사람을 맞았다. 현상된 사진을 보며 란과 소노코는 저절로 입이 벌어졌다. 익숙한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내리쬐는 빛의 각도에 따라 소노코는 달리 보였다. 창가를 등지고 있음에도 역광의 느낌이 나질 않았다. 햇살을 받은 그녀의 머리카락은 반짝이며 금방이라도 찰랑일 것만 같았다. 별 생각 없어보였던 란도 사진을 몇 장 집었다. 엄마한테 주려고. 말을 얼버무린 그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였다.
란과 헤어진 뒤 큼직한 박스에 이것저것 넣었다. 며칠 동안 연달아 쓴 편지, 따로 봉투에 담아둔 사진, 유명한 브랜드의 스포츠 타올, 입맛에 맞았다던 과자와 전통 차까지. 물건 하나하나 버블랩으로 완전히 감싸 포장을 마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해외 배송을 맡기고 돌아오며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았다. 속에서 작은 의문이 생겼다. 교고쿠가 받고 싶어 하는 걸 소노코는 지금까지도 가늠할 수 없었다.
택배가 도착했는지 핸드폰이 요란했다. 그 날은 전화를 약속한 일자가 아니었다. 샤워를 막 하고 나와 젖은 머리채로 통화버튼을 눌렀다.
“마코토 씨?”
― 아, 소노코 씨? 그. 선물 잘 받았습니다! 보내주신 것들 전부 고마워요.
“겸사 보냈어요! 잘 받았다니 다행이네요.”
소노코는 잠시 생각하다가 한 마디를 더했다.
“진짜 마코토씨에게 필요한 건 뭔지 모르겠지만요.”
― 네? 아. 그건.
교고쿠는 말이 없었다.
“마코토 씨?”
― 소노코 씨가 실망할 수도.
“네?”
― 감사 인사차 잠깐 연락드린 거라. 이만 줄여야겠습니다.
“잠깐만요. 마코토 씨!”
― 조만간 귀국이네요. 메일 드리겠습니다.
끝으로 정말 교고쿠는 전화를 끊었다. 머리카락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져 침대보를 적셨다. 그녀는 아랑곳 않고 고성을 지르며 드러누웠다.
손을 뻗어도 닿지 않고 어딘가 맴돌았다. 당장 그를 잡지 못해서. 손가락을 오므렸다. 조심스럽게 얽혀오던, 투박한 손길을 떠올렸다. 모르겠어. 정말 모르겠다.
소노코는 인상을 썼다. 그녀 맞은편엔 어김없이 란과 코난이 앉아 있었다.
“실망이라고?”
“어. 실망.”
심통이 난 채 유리컵 안의 종이 빨대를 휘적거렸다. 윗부분은 립스틱이 묻은 데다 짓눌린 흔적이 남았다.
“직접 부딪치는 수밖에 없지 뭐.”
“그게 제일 소노코답지만.”
란이 웃으며 코난의 샌드위치 가장자리를 잘라냈다. 꼬마 녀석은 야금야금 잘도 먹었다. 시선을 느꼈는지 코난이 입안에 든 걸 삼켰다.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은데.”
“요 꼬맹이가 뭐라니.”
소노코는 턱을 괸 채 코난을 응시했다. 내심 다음 말을 기다렸다.
“교고쿠 형 고지식한 건 소노코 누나도 잘 알잖아.”
“요점이 뭔데.”
“말 그대로 쓸데없는 불안감이라고.”
코난이 슬쩍 란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 다시 열심히 어린이 세트를 해치웠다.
소노코는 몸을 바로 세웠다. 교고쿠는 내일 심야 비행기를 타고 일본에 돌아오기로 했다. 마중을 나가겠다고 했지만 그는 절대적으로 사양의 뜻을 밝혔다. 그 다음날 오후, 그러니까 모레면 교고쿠를 만날 수 있다. 코난의 말을 전부 이해할 순 없었다. 그래도 그 능청스러운 표정에서 안도감을 얻었다. 약간의 기시감이 들었지만 개의치 않기로 했다.
허리끈 달린 루즈핏의 슬릿 원피스와 굽 낮은 신발. 교고쿠와 많이 돌아다닐 생각에 활동성을 중시한 차림이었다. 약속장소에 가까워지면서 소노코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저만치서 그가 보였다. 짙은 푸른빛 셔츠와 슬랙스. 그녀는 이즈에서의 교고쿠를 떠올렸다.
“마코토 씨!”
그가 고개를 틀었다. 소노코와 눈이 마주한 교고쿠는 활짝 웃어보였다. 코난이 한 이야기가 맞았다. 쓸데없는 불안이었을지도 모른다.
“많이 기다렸어요?”
“아뇨. 전혀요.”
그렇게 대답하는 그의 얼굴이 사뭇 굳었다. 왜 이제 와서 새삼 긴장을 하는 거지? 소노코는 미간을 좁혔다.
“마코토 씨?”
“저어, 소노코 씨.”
“네?”
“저번에 받고 싶다고 했던 것...... 기억하십니까?”
물론이죠. 하고 대꾸하려는 찰나 교고쿠가 그녀를 잡아당겼다.
순식간의 일이었다. 정신을 차리니 그의 품이었다. 등을 감싼 팔에 힘이 가득 실렸다. 그러다 못해 덜덜 떨리고 있었다. 뭘 어쩌기도 전, 그가 소노코를 약하게 밀어냈다.
“이게 무슨.”
“죄송합니다. 소노코 씨.”잔뜩 붉어진 교고쿠가 횡설수설했다.
“그래서 실망하시리라 여겼습니다. 역시 그렇지요. 죄송합니다. 그래도 뜸 들여 소노코 씨에게 심려를 끼치는 것 보단 훨씬 나을 거라고.”
그녀는 화가 났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화를 내야할지 막막했다.
그러니까, 화가 나긴 한 건가?
“이봐요. 교고쿠 마코토 씨.”
어째선지 교고쿠의 손이 잡고 싶었다. 지금 바로 앞에서 그와 대면하고 있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고 소노코는 원하는 대로 움직였다.
“나를 왜 안았어요?”
그녀는 똑바로 교고쿠를 바라봤다.
“......일전에 공항에서 저를 안았을 때.”
어디서 봤던 광경이다. 그는 천천히 그녀의 손을 맞잡았다.
“그 뒤로 내내 그것만 곱씹었어요.”
“포옹을요?”
포옹이라고 하기 민망한 찰나가 아니었나. 하지만 교고쿠는 진지했다.
“네. 미국으로 가는 기내 안에서. 합숙 훈련 중에. 틈내어 연락하며 목소리를 들으며. 이렇게 돌아올 때 까지.”
“......”
“소노코 씨는 항상 분에 넘치는 걸 제게 주시는데, 저는 계속 또 다른 걸 상기하고 원합니다. 제 부족함 때문입니다.”
“마코토 씨.”
소노코는 그대로 그의 가슴께에 파고들었다. 심장소리가 엄청났다. 하지만 누구의 것인지 쉽게 판단하지 못했다. 그녀 또한 그랬다.
“그럴 땐, 먼저 보고 싶었다고 하면 돼요.”
교고쿠의 등에 힘껏 팔을 두르며 속삭였다. 소노코 씨. 한 번 더 그가 그녀를 자신 에게 밀착시켰다. 허리에 압박이 느껴졌다. 그녀는 발끝을 들어야만 했다. 불편한 자세임에도 한동안 요지부동이었다. 보고 싶었습니다. 네. 저도요. 지금도요. 큼직한 손이 올라와 소노코의 머리를 매만졌다.
“멋진 사진이더라고요.”
“같은 반 친구가 찍어줬어요.”
“그...... 사진을 보고선 이렇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녀 머리카락 사이로 교고쿠는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뒷목에 열기가 닿자 소노코는 작게 떨었다. 그는 두어 번 더 그녀를 쓸어내리다 몸을 뗐다. 몰아쉰 숨이 다소 거칠었다.
“이번에도 잔뜩 받아버렸네요.”
교고쿠는 여전히 소노코의 어깨에 손을 얹고 있었다. 비겁한 사람. 교활한 사람. 그녀가 웃음을 흘렸다. 결국 이렇게 된다. 웃고 말아버린다.
“내가 화난 건. 마코토 씨가 그런 걸로 내가 실망한다고 단정 지은 거.”
“죄송합니다.”
“그것도 나를 생각해준 거였으니까 금방 풀렸지만요.”
흐흐. 한 번 더 안아보면 안돼요? 반쯤 농담 섞인 말에 교고쿠는 황급히 손을 뗐다. 아닙니다. 이이상은. 방금 전까지 부끄러운 짓을 잔뜩 해놓고 또 원래의 그였다.
“싱겁긴.”
소노코는 포기하고 교고쿠의 팔에 달라붙었다. 널찍한 어깨가 크게 흔들렸지만 적어도 그녀를 내치진 않았다.
“그래도 이걸로 끝내면 또 화낼 거예요. 이따 또 안아줘요.”
“아, 알겠습니다.”
“그걸로 일일이 미안해하지 말고요. 난 언제든 오케이라고요.”
“소, 소노코 씨......”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를 소노코는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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