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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진지하게* * * * 2018. 5. 22. 22:49
“진지하게 한 번 만져보고 싶어.”
여과 없이 표정을 구겼다. 그 모습이 퍽 무섭긴 했는지 시카마루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테마리는 의식적으로 미간을 폈다. 너 여태 내 말을 듣긴 한 거야? 어. 제대로 듣고 있었지. 그런데 그런 실없는 소리가 나오는 거고? 아니. 요 근래 꽤 진지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연인이 되고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그는 어떤 때에 매우 뻔뻔한 면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상황이 그랬다. 몇 시간 전 그들은 업무적인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고 지금까지 차차 풀어가는 중이었다. 분위기가 누그러질 쯤에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좀 더 진지하게 굴어도 괜찮아. 넌 그럴 필요가 있어.”
“내 위치의 문제라면 좀 질렸어. 귀찮아.”
“꼭 그런 뜻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그게 더 귀찮지 않아?”
“예를 들면?”
글쎄. 곰곰이 생각하던 테마리가 답했다. 우리 관계도 그렇고. 물론 외부의 요인을 말하는 건 아냐. 그냥, 나는 우리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으면 좋겠어. 나도 널 보면서 배우는 부분이 있겠지. 그러니까. 그녀가 말을 늘여놓는 중 시카마루가 손가락을 까닥였다. 알겠어. 당장 그렇게 해보지 뭐. 진지하게 한 번 만져보고 싶어. 널.
그가 다시금 물었다. 그래서 만져도 돼? 늘 그랬듯 가볍게 넘기려는 건 아니고? 아닌데. 그들의 거리가 한층 가까워졌다.
“그래. 어디 얼마나 진지하게 임하는지 보자고.”
테마리가 이죽거리는 찰나 시카마루의 손이 천천히 올라갔다. 새삼스럽게 긴장됐다. 그녀 머리 위로 크고 긴 손가락이 드리워졌다. 시야가 살짝 어두워졌다. 그가 만든 작은 그림자 아래서 테마리는 숨을 죽였다. 어느새 생긴 버릇 같은 것이었다. 그 심경을 알 리 없는 시카마루는 느긋하게 움직였다. 손가락 끝은 금빛 머리카락 사이를 타고 서서히 내려왔다. 어째선지 귓가가 간지러웠다. 그녀는 상체를 바로 세웠다. 그에 반응하듯 그가 고개를 기울였다. 머리카락 끝을 맴돌던 손이 뒷목으로 이어져 반원을 그리듯 돌아 쇄골로 내려왔다.
“인정할게. 쓸데없이 본격적이네.”
검지가 목선을 부드럽게 타고 테마리의 턱에 다다랐다. 예상치 못한 경로에 그녀가 말을 그쳤다.
“왜? 여기가 아니었나?”
“건방지다. 너.”
날카로운 눈매가 한껏 가늘어졌다. 농담. 어느새 그는 그녀의 입술을 매만졌다. 너는 매사 너무 진지해. 그래서 귀찮아. 그 정도는 감안하고 날 택한 거잖아. 입을 뻐끔거렸지만 소용없었다. 반쯤 포기하고 눈을 감았다. 예상했던 대로 그건 신호였다.
그들이 떨어졌을 때도 여전히 시카마루의 손은 테마리의 볼을 감싸고 있었다. 좀 더 만질래. 이왕이면 여기저기 만져줘. 그거 좀 오해의 소지가 있는데. 동시에 웃음이 터졌다.
“이번엔 내가 가벼워졌다고 치자. 별로인가?”
“아니. 바라던 바야.”
그녀의 몸이 뒤로 넘어갔다. 어깨를 누르는 손엔 힘이 제법 들어가 있었다. 숨소리는 언제부터 거칠어졌더라. 속으로 이것저것 따지다 전부 부질없음을 느꼈다. 그렇다고 내가 널 대함에 있어 가벼움을 느끼진 마. 그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애석하고 귀찮게도, 네게는 늘 진지해질 수밖에 없어졌으니까.”
“참도 애석하다.”
잔뜩 비꼬았지만 사실 가장 원하는 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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