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테마] 스러지다* * * * 2017. 2. 12. 17:04
* * *
테마리는 무심하게 말을 꺼냈다.
나라가 전 당주가 아끼던 사슴이 죽었다고 들었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휴식 겸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처음 우리는 찻잎이라 뒷맛의 씁쓸함이 더 강하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칸쿠로가 입을 다시며 미간을 좁혔다. 가아라는 눈동자를 굴리며 누나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코노하로 가야할 것 같아.
당분간 코노하와 관련한 임무는 없을텐데.
테마리는 바닥이 드러난 찻잔을 탁자에 내려두었다. 그녀가 뭔가를 결심했을 때 그 뜻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 쯤은 칸쿠로도 잘 알고 있었다.
꼭 업무적인 용건이 있어서 갈 필요는 없지.
......사적인 이유라고 하더라도.
가아라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게 왜 나라가와 연관이 있는 지 의문인데.
그걸 아직도 모른단 말이야?
정작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인 칸쿠로였다. 가아라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러니까 말이지. 칸쿠로는 잠시 입술을 뻐끔거리다가 설명하기를 포기했다. 테마리는 잠자코 앞에 놓인 차기를 만지작이고 있었다.
어쨌든 나라가에서 초대를 받은 건 사실이야. 그리고 난 가고 싶어.
당장 급한 일은 없으니.
가아라가 짧게 고갯짓했다. 하지만 칸쿠로는 여전히 탐탁치 못한 표정을 드러냈다.
테마리. 코노하 마을 안에서 나라 시카마루가 어떤 위치이지?
나름 영향력 있는 닌자지. 현 호카게의 보좌도 맡을 정도니까.
테마리는 침착하게 대답하였다.
그리고 넌 카제카게의 누이이자 최측근이지.
그래.
그런데 그런 둘이 따로 만나겠다는 말이지.
외부에서 말이 나올 수 있다는 건가.
가아라가 짧게 정리했다. 그 정도가 아니지. 거의 사실이니까. 칸쿠로는 속으로만 구시렁거렸다. 그게 뭐가 문제지. 자리에서 일어난 테마리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추문이 나온다면 맞다고 해버리지. 이참에.
칸쿠로는 가아라의 얼굴부터 살폈다. 막내의 모습은 생각보다 가관이었다.
전쟁이 끝난 지 이제 막 2년이 넘었어. 벌써부터 또 다른 국제이슈를 만들지 말자고 우리.
그래서 가지 말라는 건가?
아니...... 그건 아니고. 칸쿠로는 다시 한 번 가아라를 흘끔 쳐다보고선 한숨을 내쉬었다. 납득할 수 있는 구실은 남겨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코노하 측에 부탁하자.
테마리는 칸쿠로가 단순히 시간을 끌기 위해 수작을 벌이는 것이라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빠르게 답 서신이 도착하였다. 이전 협의에 조금 차질이 생겨 스나 측 사신을 다시 불러들여야겠다는 내용이었다. 임무 지령서를 테마리 손에 쥐어준 칸쿠로가 질린 어투로 말했다.
적어도 머리카락은 가리고 가는게 어때?
*
시카마루는 임무 용건 외에 테마리를 코노하로 부른 적 없었다. 침묵의 나라 사건 이후 둘이 했던 데이트도 연합 문제로 코노하에 체류하며 시간을 따로 빼뒀었다. 제안을 해왔던 당시 상황을 떠올려보면 생소함만이 있었다. 그녀가 코노하 마을의 정문을 나서려 했을 때 그는 테마리의 팔목을 어색하게 붙잡았다. 그리고 대뜸 나라 영지의 사슴 이야기를 꺼냈다. 보통 사슴이 얼마나 사는 지 알아? 글쎄, 길어도 20년? 보통은 10년에서 15년 정도랬어. 그렇구나. 대꾸하는 일도 민망해질 찰나 시카마루는 그제야 본론을 늘여놓았다. 아버지를 따르던 녀석은 40년 가까이 살았었대. 어느 순간 눈에 안보여서 뭔가 싶었는데. 그는 평소처럼 느긋하고 나른하게 말하고자 노력하였다. 시카마루가 이따금씩 숨을 필요 이상으로 삼키는 모습을 보며 테마리는 자신이 그림자 인술에 발이 묶여버린 건 아닐까 상상했다.
가문의 관례에 따라 위령제 비슷한 걸 할 거야.
괜찮다면 너도 오지 않을래? 시카마루는 그제야 테마리의 팔목을 놓았다. 아주 잠깐 그의 가문과 스스로 무슨 상관인지 의구심이 찼지만 금방 가라앉았다.
그래. 좋아.
확답을 내려버렸다. 무심코 라고 표현해도 할 말이 없었다. 그러나 테마리에게 있어 시카마루는 늘 충동적인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사람이었다. 어릴 적 중급 닌자 시험장에서 생각 이상으로 힘을 썼던 것도, 우치하 사스케 탈환 임무를 지원하러 동맹 닌자로 나설 때 허세를 괜히 보였던 것도, 이제는 다 설명이 가능해졌다.
스나를 떠난 첫날밤은 도저히 잠에 들 수 없어 다음 해가 뜰 때까지 계속 움직였다. 닌자 걸음으로도 삼 일이 걸리는 거리였지만 요 근래 테마리는 시간을 점점 줄여갔다. 처음부터 무리를 한 탓에 이틑 날은 저녁이 오기도 전에 숙소를 잡아 휴식을 취했다. 일찍 잠들고서 일어나자 몸이 개운해졌다. 끼니를 챙기고 카마이타치 소환술을 사용하였다. 부채를 휘둘러 코노하에 곧 도착할 예정이라는 전갈을 바람에 실어 보냈다. 칸쿠로의 역정으로 대충 휘감았던 베일이 함께 날아가 버렸다. 마지막 속도를 내어 달리다가 코노하 마을이 보일 쯤 걸음을 늦췄다. 저만치 서있는 시카마루가 가볍게 손 흔들었다. 오느라 고생했어. 아아.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는걸. 깔끔한 인사를 나누고서 그와 함께 호카게 집무실로 이동했다. 애초에 큰 기대를 하고서 여기까지 온 것도 아니었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옅은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뭐. 이후에는 둘이 알아서 하겠지. 호카게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노골적인 눈길을 피해 향한 곳은 자료실도 아니었고 회의실은 더더욱 아니었다. 인적이 드문 거리 단팥죽 가게에 다다르고서야 숨을 돌렸다. 손끝이 불그스름하게 얼어 있었다. 날씨가 좀 풀린 줄 알았는데. 그러게. 숙소는 어디로 잡을 생각이야? 시카마루가 갓 나온 단팥죽을 휘저으며 물었다. 글쎄. 늘 가던 데가 나으려나.
정해진 게 없다면.
음?
우리 집에 묵지 않을래?
순간 입천장을 다 데어버렸다.
*
시카마루의 어머니 요시노와는 꽤 오래 전부터 안면이 있었다. 네가 여기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시카마루에게 말했었단다. 목욕을 마친 뒤 그녀의 옷을 받고서야 실감했다. 시카마루가 욕실에 들어간 사이 요시노가 다과를 내왔다.
내일 위령제에 제가 함께 가는 건.
그건 시카마루의 생각이었어.
물론 내 입장에서도 좋지. 요시노가 담백한 미소를 보였다. 테마리는 얼굴을 붉혔다. 그 녀석은 늘 그런 식이었습니다. 침묵의 나라 임무를 마치고서 함께 밥을 먹자 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시카마루는 필요이상으로 제 볼을 긁었고 말이 많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리며 나왔다. 위령제는 내일 밤에 있을 예정이니까. 테마리와 눈이 마주친 것에 쑥스럽기라도 했는지 한마디 툭 던지고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어머. 저럴 거면 왜 불러들였대. 요시노가 쿡쿡 웃었다. 괜스레 몸이 달떴다.
테마리가 자고 일어났을 때 시카마루는 이미 임무를 나간 뒤였다. 잠깐 그의 방에 들어서니 낯설면서도 익숙한 향이 느껴졌다. 스나에서 건너올 때의 옷으로 갈아입고 마을 한 바퀴를 돌았다. 시카마루의 동기 몇 명을 만났으나 그녀가 여기 있는 것에 대해 대수로이 여기지 않았다. 구차하게 변명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주 조금은 민망했다. 집에 돌아오니 요시노가 미리 끼니를 준비하고 있었다. 서둘러 손을 씻고 앞치마를 둘러 그녀를 거들었다. 재료는 대부분 생선이었다. 전부터 비린내를 빼고 있었는지 배를 반으로 갈라둔 것이 많았다. 요시노는 차근차근 테마리에게 손질법을 알려줬다. 자박자박한 육수에 양념을 풀고 고등어를 푹 졸이며 기다리는 동안 장국을 만들기로 했다. 어떤 게 좋겠니? 요시노가 그녀의 의견을 물었다. 테마리는 잠깐 고민하다 입을 뗐다.
역시 야채 장국이 좋을 것 같네요.
시카마루가 임무를 마치고 오기 전 간단하게 배를 채웠다. 상급 닌자 조끼를 아무렇게나 벗으며 집 안으로 들어온 그는 목욕을 한 번 더 하고 싶다고 말했다. 무심결에 옷가지를 받아줬다. 요시노는 둘을 지켜보다 조용히 빨랫감을 모아두는 곳을 가리켰다. 더한 반응은 없었다. 욕실로 들어가려는 시카마루의 종아리를 걷어찼다. 그가 슬쩍 테마리를 노려봤으나 이내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채 다시 몸을 돌렸다. 둘 다 달라진 이곳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붉은빛을 잃었다. 저 광경을 보며 피가 아른거리던 적도 있었다. 비명과 발악. 휘청거리는 몸을 억지로 세우고 실체 없는 것과 맞섰다. 무엇을 위한 전쟁이었을까. 그동안 벌였던 싸움에 전부 다 납득할 수 있을까. 애초에 남는 거라곤.
테마리.
뒤에서 시카마루가 불렀다. 슬슬 준비해야한다. 그는 새카만 기모노와 흰색 동물 가면을 내밀었다. 가면은 사슴의 형상이었는데 코노하 암부 것과는 조금 달랐다. 한 사람당 등불을 하나씩 들고 사슴들이 낸 길을 밟아 숲을 도는 거야. 머리를 내려 묶으며 시카마루가 간략하게 설명했다. 입고 있던 걸 벗고 기모노를 둘렀다. 그가 그녀 뒤로 다가와 오비 고정을 도왔다.
이렇게 하니까 진짜 네 일족의 일원이 된 기분인데.
가면의 끈이 팽팽하니까 머리는 풀거나 다시 묶는 게 좋을 거야.
아예 다른 소리를 지껄였다. 테마리도 더는 캐묻지 않고서 시카마루의 손길을 따랐다. 요시노까지 함께 집을 나서며 나라가 영지에 도착하기까지 그와 거리를 두어 걸었다. 이따금씩 시카마루가 흘끔댔지만 신경 쓰지 않는 척했다. 숲 입구에는 이미 많은 나라가 사람이 모여 있었다. 숲과 비슷한 향을 내뿜는 종이 등불을 나눠 들었다. 가면을 쓰니 모두가 새카맣고 사슴 머리 형상만 하얗게 떠있는 것처럼 보였다. 테마리는 문득 자신의 머리색을 떠올렸다. 가면을 빼자면 이 중 그녀가 제일 튀는 존재였다. 단순히 머리카락의 빛깔이 다르기도 했지만 결국엔 여기서 자신만이 이방인이라는 점이 컸다. 행렬이 이뤄졌다. 요시노가 제일 앞장 서 나아갔다. 대뜸 시카마루가 테마리의 손을 잡아왔다. 손잡아도 돼? 좋아. 이미 잡아놓고 무슨 소릴 하나 싶었지만 미운 말을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
나라가 사람들은 사슴의 자취를 잘도 찾았다. 고요함 속에서 풀 밟는 소리가 발밑으로 깔렸다. 어떻게 보면 사슴의 뒤를 따라 움직이는 것임에도 테마리는 사슴이 아닌 지금까지의 자신을 생각했다. 걸음. 죽인 이들. 그녀의 의도와는 다르게 죽어간 이들. 시카마루에게 있어 아버지란 그런 존재였다. 그는 일찍이 원치 않게 두 아버지를 잃었다. 사루토비 아스마와 나라 시카쿠. 시카마루는 여길 거닐면서 어떤 마음이 들까. 고개를 돌려 그쪽을 바라봤지만 가면에 가려져 보이질 않았다.
요시노가 잠깐 멈춰 섰다. 인기척을 느낀 사슴 무리가 나라 일족을 둘러쌌다. 달이 구름에 가려져 사슴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고 저만치 그림자가 드러난 정도였다. 사슴의 동태를 살피던 요시노는 다시 발을 움직였다. 사람이 내는 소리에 사슴이 그들을 따랐다. 나라가 영지 숲에 서식하는 사슴은 덩치가 사람만큼 큰 걸로 알고 있었다. 달이 비추는 방향을 가늠할 수 없었지만 사슴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져 여기까지 닿을 정도였다. 일렁이는 그림자가 사람의 것과 겹쳐져 마치 춤추는 듯이 보였다. 진짜 위령제가 시작됐다. 대장으로 추측되는 사슴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다른 사슴들도 길게 울었다. 그 울음이 퍽 구슬퍼서 저도 모르게 시카마루에게 가까이 붙었다. 그는 그녀의 손을 한 번 고쳐 쥐는 게 다였다. 다만 평소보다 힘이 더 느껴졌다.
죽었던 사슴이 마지막으로 발견된 자리서 간단하게 제를 올렸다. 들고 있던 등불을 끄자 지독할 정도로 짙은 연기가 새어나왔다. 향에 절인 종이를 접어 겹겹이 쌓아올리는 것으로 순서를 마쳤다. 돌아가는 길은 사슴 무리가 안내하였다. 그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림자를 살랑였다. 분위기가 한결 가벼웠다. 등불 없이 그림자를 따라 앞을 내딛었다. 사람이 남긴 흔적은 언젠가 네 발로 뛰는 짐승에게 짓눌려 사라지겠지. 현재 닌자 세계가 그러하듯이. 파묻히고 잊혀지고. 애써 땅에 대고 신발을 질질 끌었다. 시카마루는 말했었다. 언젠가 닌자 자체가 사라질지도 몰라. 테마리는 일찍이 그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동맹이 굳건해지고 평화가 찾아오면 영주들은 제일 먼저 닌자의 수를 줄여나갔다. 때문에 어릴적 형제들과 손에 피를 많이 묻혔다. 코노하를 침략했다. 얻는 것 보다 잃은 게 더 많았다. 계속해서 벌어지는 변화에 조바심 내는 닌자가 아직 많았다. 전쟁에 한 걸음 뒤쳐진 이들. 세우지 못한 공. 충분히 그럴 만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마저 결과이기 보다 새로운 증조로 여겼다. 전쟁을 겪지 않은 세대가 이어지기를. 어지럽게 낸 길을 다시금 밟아 보다 평평하게 만들기를. 우리가 이 순간처럼 상기되지 않기를.
*
갑작스레 시카마루가 테마리의 손을 잡은 채 몸을 틀었다. 뭐야. 무슨 일이야. 당황한 그녀가 쏘아붙였지만 그는 가면 위로 검지를 올렸다. 두 사람은 행렬에서 빠져나와 달렸다. 정확히 말하자면 시카마루를 테마리가 쫓아갔다. 시카마루! 최대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선에서 외쳤지만 시카마루는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조용히 해 봐. 그가 짧게 대답했다. 테마리는 시카마루의 시선이 향한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주 작은 그림자가 보였다. 사람인가? 아니. 희미한 달빛이 내려오자 우뚝 선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인을 맺었다. 시카마루의 그림자가 길게 이어져 멀리 있던 무언가를 붙잡았다. 그림자 인술 성공. 그제야 그는 평소대로 느릿하게 그림자 끝으로 다가갔다.
이건.
그래.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보이는 사슴이 시카마루의 그림자에 묶여 버둥거렸다.
이런 애들은 아직 사리분별이 부족해서.
꽤 많은 사슴들이 주변에 있었는데. 너는 그게 다 보이나.
뭐어. 지겹도록 다니면 그렇게 되더라.
주로 아버지랑 왔었지.
아아.
인술을 푼 시카마루는 쭈그려 앉아 새끼 사슴의 등을 쓸어주며 진정시켰다. 너라면. 그가 갑자기 다른 말을 꺼냈다.
너라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할 것 같았어.
그것 뿐이야? 날 데려온 게.
가면에 가려진 얼굴이 보고싶었다. 두 사람이 왔던 데로부터 낮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어미인모양이야. 시카마루가 몸을 일으켜 새끼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어린 사슴은 깜짝 놀라 어미의 곁으로 단숨에 뛰어들었다. 그림자 형체가 멀어지는 걸 확인한 테마리가 시카마루에게 다가가 억지로 가면을 벗겼다.
대답해.
시카마루는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붉어진 눈가를 테마리가 어루만졌다. 그는 그녀의 손을 쳐내지 않았다.
너는 꼭 그러더라.
그래야 속이 시원하거든.
잠깐 어릴 때 특기를 살려 본 것 뿐이야.
도망치는 거?
기억하네.
그래서 어때?
별로야.
지금의 우리 성미에 맞진 않지.
오늘은 웬일로 뺨을 때리지 않네.
잠깐 그럴까 했다.
시카마루가 작게 웃었다. 그의 뒷목을 감싸 끌어안았다. 시카마루도 테마리의 가면 끈을 풀었다. 아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어. 머리카락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고 천천히 빗어내렸다.
내 머리색이 눈에 띄어서?
머리색만이 아니야.
너는 나에게 늘 그랬어. 귀찮게도.
이번에는 테마리 쪽에서 미소를 보였다. 그래서 널 데려온거야. 완벽한 답은 아니었지만 전에도 언급했듯 시카마루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
알았어. 더는 따지지 않을게.
예이예이. 참 고맙네요.
어르신들 걱정 하겠다. 돌아가자. 시카마루가 다시 테마리의 팔을 잡아 끌었다.
풀밭엔 사람이 남긴 자국이 무성했다. 얼마 가지 않아 사라질. 혹은 영원히 자리 잡을. 그게 상처 뿐이라도. 그녀가 넌지시 말을 건넸다. 너와 함께 겪어서 다행이야. 금방 스러질 것 같은 그림자들을 헤치며 나아갔다. 말했잖아. 그래서 데려온거라고. 그가 무심하게 답했다.
숲에서 벗어났음에도 가면을 다시 쓰지 않았다. 분명 요시노에게 잔뜩 혼날테지만 그냥 그러고 싶었다.
'* *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카테마] 진지하게 (0) 2018.05.22 [시카테마] 취중진담 (0) 2017.02.19 [조각글/이노시카쵸+a] We Never Change (0) 2016.05.16 [트윈지 특전/시카테마] 병치레 (0) 2016.04.18 [시카테마] 조각글 (0) 2016.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