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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각글/이노시카쵸+a] We Never Change
    * * * * 2016. 5. 16. 23:45



     

     

     

     

     

    나는 잔인해지고 싶지 않아.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잠자코 듣는 쪽을 택했다. 쵸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살고 싶어. 비어있는 손이 떨렸다. 시카마루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이미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그것도 짐작이었다. 과할 정도로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도리어 화가 났다. 아버지는 조금 인상을 썼다. 흉터가 기이하게 일그러졌다.

    애처럼 굴지마라. 시카마루.

    또래 친구들보다는 조숙한 편이라 여겼다. 지켜야할 것. 시카마루는 아버지를 응시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내가 아직 어리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시카마루의 무릎 앞엔 액자가 놓여있었다. 아버지는 사진 속에서 지금보다 밝은 낯이었다. 덮인 유리가 빛을 받았다. 반사광 탓에 얼굴이 흐려졌다. 영정사진치곤 가벼운 분위기잖아요. 알 수 없는 침묵이 여기 가라앉았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죠.

    영정사진을 제일 먼저 찍은 사람은 오대 호카게였다.

     

     


    *

    잠시 후 이노가 둘에게 다가왔다. 그녀는 아무것도 묻지 말라는 눈빛을 보냈다. 벌게진 코를 연신 훌쩍이며 시카마루 옆에 앉았다. 사정이라면 사실 사쿠라에게 들었다. 이노는 그녀대로 아버지와 냉전 중이었다. 이노이치 아저씨는 하나뿐인 딸이 전장에 나가는 걸 견디지 못하셨다. 이노의 어머니도 같은 입장이라고 사쿠라는 덧붙였다.

    너희도 봤지?

    갑작스레 이노가 한마디 툭 던졌다.

    .

    뭐를?

    영정사진.

    . 이번엔 그게 이유였나. 시카마루는 말을 삼켰다. 쵸지가 다시 울먹거렸다. 이노는 한숨지었다. 쵸지를 탓하는 게 아니었다. 여기서 까지 상기하기 싫었다. 뒷머리를 긁적였다.

    그래서 넌 어쩔 거냐. 이노.

    그게 무슨 소리야?

    이노 눈이 날카로워졌다.

    아빠가 눈치 없이 굴 때 들은 척도 안하는 걸. 새삼.

    아까 언제 그랬냐는 듯 그녀는 떠들어댔다. 찍어야지. 당연히. 모두들 그렇게 결정했을 걸. 왠지 모를 기시감이 들었다.

     


     

    *

    당연한 게 아니다.

    모래마을의 테마리는 그렇게 답했다.

    우리 경황도 비슷해. 카제카게인 가아라가 먼저 사진을 찍었어야 했어. 안건을 꺼낸 장로들이 아니라.

    가아라는 늘 좋은 본보기였어. 시카마루는 곧장 나뭇잎 부수기를 떠올렸다. 그 때의 그는 너무나 나약하고 어렸다. 누군가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을 건졌다. 조금 더 지나고서 일이었지만 테마리도 시카마루를 구해준 전적이 있었다. 그녀는 눈을 내리깐 채 턱을 괬다. 그만큼의 가치가 충분하니까. 세상을 바꿀 첫 발돋움일 테고. 입가가 올라갔다. 귀찮음을 넘어 성가셨다.

    칸쿠로나 나에게 있어서 그 애는 결국 막내야.

    테마리는 아까 했던 말을 반복하였다. 애초에 이건 당연한 일이 아니라고. 시카마루매일 죄악을 짓는 거야그녀가 팔을 뻗었다. 피하지 않았다. 제법 따스한 손길이 그의 볼을 어루만졌다.

    너무 이르게 겪고받아들이고 있어너도나도.

     



    우리 참 변하지 않는다. 그치?

    촬영은 반별로 불려가 차례대로 이뤄졌다. 이노는 더 나은 심전신술을 보임으로써 아버지의 뜻을 꺾었다. 쵸지는 한결 안정을 찾은 듯 했다. 반복되어 터지는 강한 빛에 눈을 찡그렸다. 돌아오는 길에 셋이서 아스마의 묘를 찾았다. 어쩌면 그도 억지로 깨어났을지도. 머릿속에서 최악의 수가 저절로 돌아갔다. 쿠레나이 선생을 만날 힘은 없었다.

    우린 변하지 않을 거야. 그렇지?

    쵸지는 한 번 더 물었다. 그의 손엔 여전히 콘소메맛 감자칩이 들려있지 않았다. 이노가 목소리 높여 답하였다. 물론이지.

    우린 떠나기 위해 배운 게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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