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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카테마] 조각글
    * * * * 2016. 4. 10. 23:48





    The Time To Sleep






    .

    뭐가.

    자꾸 쳐다보고 있잖아.


    가시 돋은 어투였다. 그에게 두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녀는 정리한 자료를 두루마리로 말아 책장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가 하품했다.


    햇볕이 따가워서.


    고개가 거기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그는 사족을 붙였다.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빛이 과하게 이곳을 쬐는 건 사실이었다. 하필 자리가 그랬다. 그는 그녀가 서있는 책장 사이에 주저앉았다.


    좀 더 괜찮은 핑계를 찾지 그래.


    요란스럽게 손을 털었다. 그는 다리를 슬 벌렸다. 몇 걸음소리 뒤에 무릎을 접은 그녀가 그에게 붙어 몸을 기대었다. 머뭇거리던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숨을 내쉬지 않고 두 번이나 연달아 삼켰다. 금색 머리카락이 목을 간질였다. 정수리쯤 코를 비비자 그녀 역시 불규칙적으로 어깨를 들썩거렸다. 맡아보지 못한 이국적인 향이 났다.


    다음 회의 언제더라.


    그녀가 그의 손등을 쓸었다. 굳은살이 닿는 감촉이 나쁘지 않았다. 생각하기 귀찮아.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곧 졸음이 쏟아질 것 같았다. 그녀에게 힘을 실은 쪽은 이제 그였다. 그녀는 성가시다는 내색 없이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


    너란 놈은.


    대답이 없었다. 그는 이미 잠에 빠졌다. 그녀 입가에 도리어 웃음이 서렸다. 의도치 않은 휴식을 취하는 상황에 익숙해지는 중이었다. 눈을 감았다. 먼지에 목이 따가워질 때까지 잠자코 그를 따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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