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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때?”
집무실에서 사쿠라는 차트를 살피며 슬 웃었다. 예정일이 점점 가까워졌다. 테마리의 출산으로 지내야 할 관례가 많았다. 일터와 집을 오가며 정신이 없었다. 최근에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한 나루토가 일을 도왔다. 집안에선 어머니가 아내를 될 수 있는 대로 살폈다. 테마리는 태동 한 번으로도 장골과 치골에 통증이 와 밤새 뒤척였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아내를 좀 더 꼭 안아주는 것뿐이었다. 마냥 아빠를 닮진 않았나봐. 테마리는 손을 포개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다시 발길질이 세게 느껴졌다. 윽. 그녀가 낮게 신음했다. 시카마루는 말없이 아내의 배를 연신 쓸어줬다. 난 괜찮으니까 어서 자. 테마리는 투정부리지 않았다. 그런 여자였다. 그가 생각에 잠겨 있던 중 사쿠라가 말을 걸어왔다.
“테마리씨, 산책으로 운동하게끔 하는 게 좋아. 태동은? 진통은 오기 시작했어? 몇 주차였지? 정확하게.”
“곧 37주.”
사쿠라는 주의해야할 점을 꼼꼼하게 알려줬다. 다음엔 테마리씨와 함께 병원에 오도록 해. 좀 더 신경써주라고. 바보 같긴. 그녀는 필요한 서류를 챙기고서 떠났다.
신사에 들려 짤막하게 기도를 올렸다. 아버지와 아스마의 묘도 찾았다. ……아마 다음엔 셋이 오겠지. 지켜야할 구슬이 더 늘어나는 셈이었다. 그동안 테마리보다 코노하 업무 자체에 더 집중해왔다. 아내는 결혼 직후에도 일을 도맡았다. 임신한 상태인 지금은 태교에 집중하길 바랐다. 무리한 직무는 그만으로 충분했다.
문득 그녀의 배가 눈에 띄게 나왔음을 깨달았다. 테마리는 옅게 웃으며 손짓했다. 좀 더 강한 태동을 느끼던 그는 새삼 아이를 실감했다. 마지막으로 언제 아내의 배를 가늠했더라. 그녀의 눈가에 피곤함이 내려앉아있었다. 어느 순간 곁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었다. 테마리가 집에만 있게 되면서 당연시 여기게 됐다. 요 근래 병원에 함께 가준 적도 없었다. 사쿠라의 말을 듣고 깨달았다. 바쁘고 할 일이 많다는 핑계로. 계속 끙끙대던 아내가 겨우 잠든 것을 떠올렸다.
길을 빙 돌아 아마구리 두세 봉지를 사 집으로 돌아갔다. 테마리는 좌식 등받이 쿠션 의자에 기대어 잠이 들어있었다. 지친 얼굴이었다. 그녀의 손에는 모양이 대충 잡힌 배냇저고리가 들렸다. 시카마루가 조심스럽게 발을 움직였다. 그 작은 기척에도 테마리는 천천히 눈을 떴다.
“……왔어?”
“아아.”
아내에게 다가가 아마구리를 내밀었다. 밥은 챙겨 먹었어? 응. 어머님이 있다 가셨어. 당신은? 나루토와 먹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테마리는 봉지를 받아들고서 밤을 까기 시작했다.
“……그건.”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서.”
선물로 많이 받을 텐데. 한 번쯤은 직접 지어준걸 입혀주고 싶어. 테마리는 벌써부터 아이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임신도중 한 번도 힘들다는 소리를 내뱉지 않았다. 시카마루는 아내를 빤히 바라봤다. 테마리의 손가락은 퉁퉁 부었다. 이젠 밤 껍질도 제대로 까지 못했다. ……이리 내. 그가 손바닥을 보였다. 응? 당신도 먹을래? 아니. 내가 까 줄 테니까 봉지 채 다 달라고.
“별일이군.”
테마리가 눈을 크게 깜빡이곤 아마구리를 돌려줬다.
“……내가 할 소리다.”
시카마루가 툴툴대며 어색하게 밤 껍질을 벗겨냈다. 원래라면 이미 몇 개씩 입에 물고 있었잖아. 테마리는 남편이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잠자코 있었다. 속 알맹이가 드러났을 때 그녀는 입을 아 벌렸다. 그가 아내의 입 안에 밤을 넣어줬다. 뜸을 들이다 제안했다.
“이거 다 먹으면, 같이 밤 산책할까.”
“그럴까.”
우물거리던 테마리는 미소를 지었다. 맛있네. 아내의 표정에 그가 픽 마주 웃으며 고개 숙여 아까보단 능숙하게 밤을 깠다. 그렇다면 다행이고. 이런 사소한 데에 시원스러운 웃음을 잘 보이는 여자였다.
밤공기는 적당히 시원했다. 테마리는 배를 감싼 채 느리게 거닐었다. 배가 많이 나오게 되면서 걷는 것이 팔자로 변했다. 그녀는 배 아래쪽을 못 쳐다보게끔 일러뒀다. 한 번도 흉하다 느낀 적 없었다.
“그럼 손 잡아줘.”
시카마루는 아내의 손을 낚아채듯 잡았다.
“손이 차가워지면 들어가자.”
테마리가 대답 대신 그의 팔에 얼굴을 기대었다가 뗐다. 사쿠라를 만났어. 시카마루가 입을 열었다.
“다음에 병원에 같이 오라더군.”
“혼자 가도 괜찮은데.”
테마리가 잡은 손을 앞뒤로 작게 흔들었다.
“여태 그랬잖아. 나 일하는 것 때문에.”
시카마루가 손깍지를 꼈다. 앞으로 출산일까지 집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아질 거야. 카카시 선생님이 배려해주셨거든.
“흥. 이제 와서 어리광부릴 생각은 없다.”
들뜬 목소리였다. 귀엽지 않기는. 그가 속으로 생각했다. 그들은 서로 느린 걸음을 맞췄다.
“이제야 나란히 걸어보는 느낌이야.”
시카마루의 말에 테마리가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 늘 나보다 걸어가는 게 빨랐다고. 몰랐지?”
“네가 늦장을 부렸다곤 생각 안 해?”
둘은 동시에 웃음소리를 냈다. 당신과 나란히 있고자 나름대로 노력 많이 했지. 걷는 것도 그렇지만 그밖에도. 그가 밤하늘 구름을 올려다봤다.
“지금은 만족해?”
시카마루는 고개 돌려 아내를 내려다봤다. ……전엔 막연하게 앞서가야 한다고 생각했지. 당신과 태어날 아이가 믿고 따라올 수 있도록. 그가 테마리의 손가락 끝을 만지작거렸다.
“역시 난 나란히 걷는 정도로도 충분해.”
“……이상해. 오늘.”
그동안의 내가 이상했던 거겠지. 둘의 얼굴이 가까워졌다. 아내의 부르튼 입술에 제 입술을 가져다 맞대었다. 감촉을 즐기다 다소 진하게 빨아들였다. 달빛 아래 그들의 그림자가 떨어졌다. 테마리의 귀가 붉게 물들였다. 힘주어 잡고 있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가 자연스레 입 꼬리를 올렸다.
“돌아갈까. 나 몸이 무거워.”
테마리가 시카마루에게 완전히 기대어 소곤거렸다. 그도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발을 돌렸다.
“우리가 태어났던 것에는 목적이 있었다.”
자기 직전까지 테마리는 배냇저고리를 만드느라 바느질을 했다. 인주력. 시카마루는 굳이 그 말을 입에 담지 않았다. 그녀는 반짇고리를 정리하여 덮었다. 그는 엎드려 턱을 괸 채 그 광경을 묵묵히 눈에 담았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어머니는 이런 기분이셨겠지.”
테마리의 기억 속 어머니는 흐릿한 존재였다. 하지만 그녀는 가아라를 통해 믿고 있었다. 어머니의 사랑을. 시카마루는 몸을 일으켜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어서 만나고 싶어. 그녀가 조용히 읊조렸다. 나도 그래. 그가 답했다. 슬슬 자자. 내일은 모래마을에 편지도 보내고. 그들은 한 번 더 입을 맞추고선 자리에 누웠다. 오늘 밤은 태아가 비교적 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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