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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시카쵸] 순정 큐피트! 上* * * * 2016. 3. 7. 23:32
Daum 웹툰 '순정 큐피트' 기반 AU
퇴고 안함 주의*
‘하늘은 땅을 돌볼 줄 알아야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땅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죠. 땅을 지켜보며 사람들의 감정을 배우고 그들을 사랑하는 것이 하늘에 머무는 우리의 의무에요.’
순정 큐피트 26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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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피트. 하늘의 영혼들이 가질 수 있는 직업 중 하나임. 포괄적으로는 땅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는 일을 하는데, 명칭이 그러듯 주로 인연과 사랑을 맺어주는 이들이라 볼 수 있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도와주는 정도. 자기가 담당한 인간 앞에 나타나 사랑에 대한 어드바이스를 내려주고 그들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느낌. 보통 다른 사람들 눈엔 보이지 않고 갓 태어난 아기들에게만 모습을 비추는 정도. 영혼, 나비 형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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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와 시카마루, 그리고 쵸지가 이 큐피트들인 것이다. 견습 때부터 아스마 아래 3인 1조를 이뤘던 팀이었고 이젠 개별로 움직이지만 아직까지 자주 모이고 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 넷이 모였을 때 스승인 아스마는 그들에게 주로 이 질문을 던짐. ‘지켜보는 동안 뭘 느꼈지?’ 각자 맡았던 땅 사람들의 감정, 그리고 본인이 느꼈던 것들을 털어놓는 자리가 되기도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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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는 가장 이상적인 큐피트였음. 공감하는 능력도 뛰어나고 섬세하며 타이밍 부분에 있어서도 센스를 타고나 이노가 맡았던 땅 사람들은 전부 사랑에 성공함. 시카마루는 귀찮아하는 성격 문제도 있고 의욕도 없지만, 담당한 인간에게는 최대한으로 자상한 면모를 보임. 그에 용기를 얻는 이들도 있을 정도. 하지만 쵸지는 아스마의 물음에 우물거리며 잘 대답하지 못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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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지는 누구보다도 상냥한 마음씨를 가졌지만, 그 이전에 자신 없고 본인조차 주저하는 태도가 문제였음. 공감만큼은 잘해도 그것만으로 사랑을 이루어주기엔 어려움이 많았음. 실패하는 경우가 더했음. 이노와 시카마루가 위로를 해주지만 이미 쵸지는 풀이 죽어버림. 모임이 파하고 돌아가는 길 쵸지는 자기가 정말 큐피트의 자격이 있는 걸까 싶었음. 그러던 중 저 너머 반짝이는 광경을 눈으로 쫓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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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에 가지마라. 언제나 밝은 빛을 내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지만 그건 모두 다 껍데기요, 사실은 빈 깡통에 불과하단다.’
순정 큐피트 26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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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지는 그게 글로 배운 ‘사랑’과 다를 바 없다 여김. 전생에 죄를 지은 이들이 모인 곳이라는 둥 여러 소문이 뒤엉켜 막연하게 주의만 들어왔던 중 새삼 호기심이 들었음. ‘저 곳에도 사람이 살까?’ 순진한 영혼은 날갯짓하기 시작함. 가까워 보여서 몰래 나왔으나, 아무리 날아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음. 여기서 돌아가는 것도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쵸지는 날개를 접었음. 무거운 몸으로 구름 위를 걷다보니 생각이 점차 사라져감. 그리고 그제야 ‘하늘의 환락가’로 들어서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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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마냥 화려하고 빛나는 환락가를 거닐던 쵸지는 너무나도 눈이 부시다는 생각에 아무 가게나 들어감. 간판 이름은 ‘구름’. 몇 여자 점원들이 쵸지를 발견하고 숙맥이라 여겨, 장난스럽게 다가와 입김을 후 내뱉음. 이건 원작과 관련 없이 따로 지어낸 설정인데, 큐피트들이 땅으로 가 진짜 사랑을 이뤄준다면, 여기 환락가는 하늘 사람들의 이상적인 꿈을 억지로 만들어내 거기 취하게끔 만드는 거였음. 마치 마약과도 같은. 마구잡이로 뿜어내는 매캐한 연기 속에서 연신 콜록이던 쵸지는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짐. 정신이 몽롱해져서 앞도 제대로 살피지 못하는 중 누군가 쵸지의 어깨를 잡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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쵸지가 정신을 차리니 이미 자기 집이었음. 깨어나자마자 이노에게 엄청난 잔소리를 듣게 됨. 희미하게 남아있는 광경 중 쵸지는 자길 잡아준 여자가 계속해서 떠올랐음. 구릿빛 피부에 금방이라도 타오를 것 같은 붉은 머리. 사나운 금빛 눈동자. 일단 신세를 졌으니까. 그렇게 합리화하며 쵸지는 얼마안가 환락가로 푸른빛 날개를 퍼덕임. 이번엔 찾아가는 게 그렇게 힘들지 않았음. 길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걷기만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그리고 가게 ‘구름’을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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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만 더 만나보고 싶어.’ 매일같이 와선 케이크 몇 조각만 우걱우걱 먹고 돌아가길 반복하는데, 그 덕에 가게에서도 유명인사가 됐음. 어느 날 저만치서 실랑이가 벌어짐. 웬 남자가 그 때 그 여자에게 진상을 부리고 있었음. 쵸지가 어떻게든 덩치로 밀고나가며 쫓아내버림. 그리고 여자에게 고개 돌려 말을 더듬어 인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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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저 기억하세요?”
“…….”
“저, 전에 도와주셔서 고마웠어요.”
“나한테 할 말 있으면 이렇게 늦은 시간 말고 해질녘 쯤 와.”
“ ”
“일하기 전이니까.”
“저기.”
“카루이. 그게 내 이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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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밤을 보내고 쵸지는 약속한 시각에 맞춰 문을 두들김. 방에서 나온 카루이가 쵸지를 들이고, 쵸지가 뭐라 할 새도 없이 대뜸 케이크 접시를 내밀었음. ……애들 말로는. 너, 거의 매일 온다며. 케이크를 해치워대며 쵸지는 겨우 고개만 끄덕임. 전에 한번 혼나고 나서도 정신을 못 차렸니? 막말 대잔치를 벌이는 카루이.
“어울리지도 않는데 껴있지 말고. 돌아가서 얌전히 땅에 내려갈 준비나 해.”
“여기에 있는 사람들은요?”
카루이의 눈이 조금 커짐.
“어차피 하늘에서 준비를 하고 목숨이 다하면 땅으로 내려가는 건 똑같아요.”
누구나. 쵸지의 상냥한 말에 카루이가 눈동자를 굴림. 그렇지. 거기에 차별은 없지.
“어쨌든 이제 오지 마. 알겠어?”
“이 시간엔 와도 되나요?”
“왜?”
“…….”
머뭇대던 쵸지는 포크를 내려두고 고개를 바로 함.
“……당신을 보고 싶어서.”
“오지 마.”
라고 하면, 안 올 거야? 카루이는 턱을 굄. 쵸지를 똑바로 응시함. 마치 그 속을 들여다보듯. 그래. 이 전에도 이 날카로운 눈이 무서우면서도 그렇기에 마음이 놓였어. 카루이가 일어남.
“마음대로 해.”
“그럼, 내일……!”
“안 돼.”
바쁘니까 모레에나 오던지. 쵸지의 얼굴이 더 붉게 물들음.
*
둘이 만났을 때 크게 하는 일은 없었음. 카루이는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내오고, 쵸지는 그걸 먹어치우며 땅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줌. 카루이는 전에도 그랬듯 턱을 괸 채 경청하다 쵸지의 고민에 다소 과격한 해결책을 내려주기도 함. 그럼 쵸지는 대충 웃음으로 무마하면서도 일정 부분은 받아들임. 표현이 거침없을 뿐 카루이의 말은 쵸지의 자존감을 점차 세워줌. 거기 탄력을 받아 쵸지 스스로도 큐피트 일을 잘 해 나아가기 시작함.
“당신의 이야기도 해줘요.”
“없어.”
카루이는 질린 표정을 내보임.
“우린 너희와 달라. 아주 찰나의 망상을 꾸게끔 하는 게 다야. 남는 건 허무뿐이고.”
앞으로 그런 질문은 하지 마. 카루이는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긁곤 자리를 떠버림.
*
부지배인인 오모이가 경찰과 접선하여 곧 환락가에 단속이 들이닥칠 것이라는 것을 알아냄. 카루이는 잠깐 쵸지를 떠올렸지만 다 부질없다는 생각에 고개를 젓곤 가차 없이 떠남. 쵸지가 뒤늦게 소식을 접하여 허둥지둥 왔을 때 상황은 이미 끝난 뒤였음.
*
어째서? 그건 쵸지가 그 당시 느꼈던 감정과 동시에, 현재 눈앞에서 실연을 당한 땅 사람의 심경이기도 했음. 쵸지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그의 생각을 읽음. 아. 교집합을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해서든 다시, 다시금. 입술을 꾹 깨물며 추스르는 수밖에 없었음.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환락가에 오래 몸을 담은 영혼은 그 실체조차 헛된 것들로만 가득 차 이내 연기처럼 사라진다는 거였음. 쵸지는 생각이 날 때마다 가게 앞을 서성임. 이제는 무너져버리기까지 해서 이전의 모습도 남아있지 않았음. 살이 빠져 몸이 말라감. 골목에서 비명소리가 울림. 낯익다는 느낌에 달려가자 거기 카루이가 예전 진상 남자에게 쫓기고 있었음. 계속해서 사랑을, 꿈을 꿀 수 있게 만들어 달라고! 남자는 악을 쓰며 카루이에게 주먹을 휘두름. 쵸지가 그 팔을 잡아 저지하였으나 몸집이 줄어든 탓에 쉽게 제압하지 못했음. 카루이도 쵸지를 제대로 알아보지 못하고 도망쳐버림. 쵸지가 남자를 막으며 악쓰듯 카루이의 이름을 불어재낌. 카루이! 카루이! 카루이는 그 자리서 멈칫하고 쵸지를 돌아봄. 두 눈이 겨우 마주했지만 카루이는 결국 외면을 택함. 그렇게 다시 멀어짐.
*
최근까지 쵸지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대충 눈치를 채고 있던 이노와 시카마루가 결국 나서주기로 함. 둘은 남매 행세를 하며 ‘환락가의 여자에게 정신이 팔려 집을 나가버린 아버지를 찾는다.’는 식으로 카루이의 행방을 수소문함. 그리고 마침내 카루이의 새 주소가 적힌 쪽지를 쵸지에게 건넴.
재회했을 때 카루이는 제법 멀쩡한 모습을 하고 있었음. 카루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케이크 한 조각을 쵸지에게 건넸음.
“저 기억하시죠.”
“살이, 많이 빠졌네.”
“……멋대로 찾아온 건 죄송해요. 하지만 다시 만나서 기뻐요.”
“난 그전의 네가 더 마음에 들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지금 이 방에서 나가면 또 당신을 놓치게 되겠죠. 어쩌면 다신 못 만날지도 모르고.”
“그럼 안 돼?”
잠깐의 침묵.
“내가 당신 곁에 있을 수 있는 방법이 정말 없나요?”
“그만.”
“정말 불가능한 일이냐고 묻는 것 뿐 이잖아요.”
쵸지의 어조는 차분했음. 카루이의 신경이 거슬릴 정도로. 그렇다면.
“날 행복하게 만들어줘. 이제껏 살아온 날들을 모두 잊을 정도로.”
행복에 홀로 취한, 그런 얼빠진 얼굴을 보는 건 질렸어. 쵸지는 입을 뻐끔거림. 그 말은,
“아무도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했다는 건가요. 당신이 그토록 바라는 데도.”
쵸지가 눈물을 뚝뚝 흘림. 카루이의 말문이 막힘.
“애써 모른 척 말아요.”
내가 당신을 사랑한단 말이야. 그럴 기회를 만들어줘.
*
여린 만큼 상냥한 쵸지 덕에 카루이도 끝내 마음의 문을 열었음. 이번만큼은 만남이 지속되고, 쵸지는 구름 바로 아래 여러 광경을 보여줌. 눈이 내릴 땐 나비 날개로 카루이를 감싸주고. 거기서조차 자신을 위한 간식거리를 챙겨온 카루이를 보며 쵸지는 조금 더 용기를 내어 손을 잡아보기도 함.
쵸지가 원래의 통통한 외형으로 돌아갈 쯤, 카루이의 몸도 점차 흐려짐. 쵸지는 카루이에게 자신이 있는 쪽으로 넘어올 생각 없냐고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냄. 쵸지 어깨에 기대어 있던 카루이는 이젠 어디로든 도망치고 싶다며 고개를 끄덕임. 쵸지는 카루이에게 영원의 증표로 줄 반지를 끼워주고 싶어, 이따 동틀 무렵 짐을 싸고 나오라 말해줌. 쵸지는 서둘러 반지를 가지러 감.
*
카루이는 약속한 시간보다 조금 이르게 나와 몸을 수그리고 기다림. 밤이 이렇게나 고요한 시간이었을까.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왔는데 지금 이순간이 가장 길게 느껴져.
“……빨리 와.”
카루이는 저도 모르게 중얼대곤 얼굴을 붉힘. 생각했던 것 보다 쵸지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자 새삼 부끄러워짐. 그리고 저만치서 들려오는 발소리. 카루이는 침착하게 몸을 일으킴.
안타깝게도 그건 쵸지가 아니었음. 이전부터 카루이를 쫓던 남자. 남자는 무작정 칼을 카루이에게 몇 번이나 꽂았음. 피를 쏟아내는 카루이. 형체는 연기처럼 불투명해져 감. 남자는 그걸 들이키며 자신만의 이상과 사랑에 취함. 빈껍데기만 남은 영혼을 힘주어 끌어안음.
*
“지독하구만.”
“시체를 안고 그대로 아침까지 있었다고?”
“윤락여성 상해 현장을 한두 번 보는 것도 아닌데 이런 미친놈은 또 오랜만이네.”
“그런데 저 놈은 뭐야.”
“저 애가 두 사람을 떼어 내려고 했대요. 그게 소란스러워서 신고가 들어왔고.”
“신고 받고 처음 왔을 때도 저흰 신경도 안 쓰고 달려들던데 시체 수습하고서야 제풀에 쓰러진 거예요. 쟤 손톱 보세요. 살점이 다 뜯겨졌어.”
*
현장으로 날아온 시카마루와 이노가 카루이를 죽인 범인에게 달려들어 주먹질을 함. 주변에서 둘을 말려대는 중에도 허공에 발길질을 날림.
“너 새끼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네 놈은 천길 지옥구덩이 속으로 떨어질 거야!!!!”
*
카루이는 쵸지에게 마지막 꿈을 심어뒀음. 어떠한 망상에서조차 넌 나를 잡지 못해. 꿈이 아니야. 이제는 잊어. 난 이렇게나 가벼운 존재야.
그러니까.
쵸지가 겨우 눈을 뜸. 옆에 간호하다 지쳐 잠들어있는 시카마루와 이노. 그리고 맞은편, 제자를 응시하고 있는 아스마.
“너는 보름동안 잠들어있었단다.”
아스마는 쵸지를 이끌고 구름 끝까지 데려감. 중간에 쵸지가 발을 멈추자, 팔을 잡아 질질 끌기까지 함. 고갤 들어. 자. 보렴. 하늘 아래 땅은 여전히 여러 감정들이 빛을 내고 있었음. 쵸지는 그제야 환락가가 어떤 반짝임을 좇았는지 알아챔. 그리고, 카루이도.
“지금쯤이면, 땅에서 다시 태어나고도 남았겠지.”
빛이 일그러져감.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림. 쵸지는 꺽꺽 소리를 내어 울음을 쏟아냄.
*
그 사람이 어떤 생을 살아왔는지 어떤 짐을 지고 있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괜찮아. 이제 당신은 모두 잊었을 테니까. 내가 진심으로 당신을 사랑했고 당신은 날 받아들여 주었다는 것. 그 사실만은 변하지 않고 사라지지 않을 테니 괜찮아.
순정 큐피트 40화 中
*
어떠한 망상에서조차 넌 나를 잡지 못해. 꿈이 아니야. 잊어. 난 이렇게나 가벼운 존재야.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허무하게 여기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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