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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시카쵸] 순정 큐피트! 下
    * * * * 2016. 4. 3. 23:15


    Daum 웹툰 '순정 큐피트' 기반 AU








    퇴고 안함 주의


     

     

     

     


    *

    시카마루는 요새 관찰하듯 턱을 괴고 뭔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음. 시선을 느낀 테마리가 고개를 돌려 역정을 냄. 뭐야. 그 눈빛은. . 멍청한 얼굴로 사람 속 들여다보지 마. 이게 내 일인데. 테마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음. 네가 하는 말 다 헛소리라고 했잖아. 그런 걸로 사람 떠보지 말라고. 전혀 그런 생각 한 적 없으니까. 예이예이. 테마리가 짜증을 내는 탓에 시카마루는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창가 밖으로 나가버림.

    근데 그게 네 마음인데 어떡하라고.

     

     


    *

    시카마루가 테마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며칠도 되지 않았음. 네 사랑을 이루어주러 왔다. 땅 사람. 늘 그래왔듯 시카마루는 서비스 차원으로 말문을 트였고, 제 앞에 나타난 큐피트를 두고 멀뚱거리던 테마리는 이내 콧방귀를 뀜.

    사람 잘못 찾았어.

    ?

    다른 이를 찾아보는 게 어때?

    테마리는 그대로 시카마루를 지나침. 이번엔 시카마루 쪽에서 황당한 표정을 드러냄. 도대체 저 여자는 뭐야? 보통 큐피트를 본 땅 사람들은 처음에 큐피트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는 둥, 내 마음을 어떻게 알았냐는 둥, 신기해하는 반응을 보이는데 테마리는 전혀 아니었음. 몸을 돌려 테마리를 따라가며 시카마루는 정보 차트를 열어 봄. 눈썹을 1010분으로 만들면서까지 정독하던 시카마루는 아, 하고 깨달았다는 듯 소리를 냄. 물론 그건 테마리에게 질타를 다시 듣기 충분했음.

     


     

    *

    아버지 라사의 장례식을 마무리 지은 지 이주가량이 흐름. 막내와 교통사고를 당했고 아버지는 그 자리서 즉사함. 사고는 아버지가 냈던 쪽이었음. 보험금과 그동안 모아뒀던 돈으로 구멍을 채우니 생활 자체엔 타격이 오지 않았음. 그러나 당장 앞으로가 중요했음. 막내 가아라의 입시 실기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음. 미술학원비와 재료값, 그리고 대학 지원에 필요한 비용까지. 한꺼번에 돈이 빠져나가야 할 상황. 제일 큰 문제는 가아라가 현재 입원 중이라는 점. 의식을 차리고 재활에 들어간 가아라 앞에서 테마리는 냉정하게 그 이야기를 늘여놓음. 칸쿠로는 묵묵히 듣고만 있었음. 막내의 미간이 은연중에 좁아졌다는 걸 테마리는 모른 척 함.

    아버지는 특히 가아라가 잘 되길 바라셨잖아.

    그래.

    나 자체 휴학하려고.

    ?

    칸쿠로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함. 테마리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이음.

    곧 가아라의 실기야. 다행이 손은 다치지 않았다며. 그럼 할 수 있다는 거잖아. 아버지의 돈도 있지만 그것만으로 살아갈 순 없다. 칸쿠로의 다음 등록비도 문제고.

    누나는? 테마리 넌 어쩌려고?

    아르바이트 할 거야. 마츠리에게 이미 소개받은 사무실도 있어.

    테마리는 이미 계획을 다 짜둔 상태였음.

    그러니까 이건 통보구나.

    부정은 안할게.

    ...아버지.

    숨죽여 인상만 쓰던 가아라가 드디어 한 마디를 내뱉음.

    아버지 같아.

     


     

    *

    정말 그걸로 만족하는 거야?

    귀찮게 하지 말고 꺼져라 이젠 좀.

    교수와의 면담을 끝내고 중도휴학서류를 끊은 테마리가 낮게 읊조림. 거짓말. 막내가 밉지도 않냐 넌? 전혀. 테마리가 빠른 걸음으로 나아가고, 그 뒤를 쫓는 시카마루가 날개를 퍼덕거림.

    지금은 셋 뿐이야. 나는 장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해.

    눈물겨운 사랑이네.

    그래. 사랑.

    테마리가 그 자리서 우뚝 섬. 그리고 시카마루에게 곁눈질 함.

    그런 사랑 때문에 네가 온 거라면 인정할게.

    맞긴 한데.

    시카마루가 테마리 손에 들린 서류를 낚아챔. 반은 틀렸어. 그래서 날 도와주지 않겠다? 아니. 난 지금 이 순간만큼은 네 편이다. 단지.

    좀 더 생각해보라는 거야.

    시카마루가 비릿한 웃음을 보이며 입을 삐죽임. 테마리는 시카마루한테서 종이를 빼앗음. 도우미역이면 잠자코 있을 것이지. 건방지게 굴지 마.

     

     

     

    *

    아버지는 매번 그러셨어.

    사각사각. 사과를 깎는 소리와 가아라의 말이 뒤섞임.

    다 나를 위해서라고.

    누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래. 그동안 열심히 했잖아. 이런 사고로 그만두기엔 아깝다고. 테마리는 사과 조각 하나를 가아라에게 내밀었음.

    ...나는 아버지의 그 말이 너무나 싫었어.

    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까.

    난 그런 이야기, 들은 적 없거든. 자기가 말해놓고 테마리는 순간 어떤 낯을 보여야 할지 갈피를 못 잡음. 가아라는 당연히 과일을 받지 않았음. 그 놈이 이 광경을 본다면 우스워하겠지. 테마리는 접시를 치워 병실을 나옴. 예상대로 시카마루가 따라붙음. 그러나 별다른 소릴 지껄이진 않음. 복도에선 한사람의 발소리만 불규칙적으로 울림.

     



    *

    가아라는 조형에 대하여 천재 소리를 듣는 아이었음. 다니고 있는 학원에서 뿐만이 아니라 이미 몇 대학의 교수도 추천서를 통해 자기 밑에 있을 생각이 없냐고 권유가 들어오기도 했음. 사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굳이 실기를 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옴. 테마리가 편지를 가아라에게 가져다주어도 구석에 쌓이는 것이 다였음. 가아라는 사고 후 유독 의욕을 잃은 것과 같아 보였음. 퇴원날짜가 정해진 시기에도 막내가 이런 모습만 보이니 테마리 입장에선 지칠 수밖에.

    가아라.

    ......

    네 손은 아주 멀쩡해.

    ......

    모두가 너에게 기대하고 있잖아.

    ......

    도대체 뭐가 문젠데.

    테마리.

    가아라는 싸늘한 얼굴이었음.

    난 아무것도 바란 적 없었어.

     



    *

    그리고 퇴원 수속을 밟기로 한 날, 가아라가 사라짐. 칸쿠로는 가아라를 찾아보겠다며 먼저 밖으로 나갔고 테마리도 힘없이 가아라의 짐을 싸기 시작함. 혼자가 된 테마리 곁에 시카마루가 내려옴. 상황이 썩 좋지 못하네. 그 전에도 그랬어. 더 나빠질 것도 없어. 의연하게 대꾸하는 테마리에게 시카마루가 손을 뻗음. 그리고 그대로 테마리를 안아들어 올림. 반항하기도 전에 시카마루는 병동 창가 너머로 날갯짓을 힘껏 함. 공중에서 테마리는 꼼짝 못하고 안겨 시카마루가 향하는 곳으로 끌려감.

    지금 뭐하는,

    차가운 공기 탓에 테마리는 말을 하다 입을 턱 하고 다물었음. 하늘 높이 떠있음에도 답답한 기분이 더 들었음.

     


     

    *

    어머니 카루라 역시 가아라를 낳고선 바로 세상을 떠났었음.

    ...막내는 앞으로 외로울 일이 많을지도 몰라.

    아기를 안고서 아버지 라사는 테마리와 칸쿠로에게 그런 말을 함. 실제로 가아라는 아주 어릴 적부터 잠에 못 드는 일이 허다했음. 아버지의 관심이 막내에게 쏠리는 건 당연했음. 테마리와 칸쿠로도 어느 순간 익숙해짐. 모든 일이 막내를 중심으로 돌아가도 과언이 아니었음. 그래도 그게 막내를 위한 일이라 생각하기도 했고. 막내는 외로우니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조차 하필 함께 했던 것도 막내였으니까.


     

     

    *

    한참을 아무 말 없이 날아가던 시카마루가 발을 디딘 곳은 카루라와 라사의 묘비였음. 테마리는 비틀거리며 부모님 앞에 섰음.

    여기는.

    아무래도 여기가 적절해보여서.

    ?

    ...이런 건 처음인데. 사실. 귀찮기도 하고.

    시카마루는 대뜸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춤. 테마리가 내려다보는 자리서 시카마루는 눈물을 뚝뚝 떨구기 시작함. , , 대체, 테마리가 입술을 뻐끔거리는 중에 시카마루는 울음소리를 냈음.

     


     

    *

    일부러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사실은 굉장히 단순한 거야.

    복잡하게 만드는 건 너지.

    이대로 만족해?

    순정 큐피트 20

     


     

    *

    울고 있는 시카마루를 따라 테마리도 몸을 숙였음. 큐피트와 인간 사이, 감정을 주고받는 일은 흔했지만 둘 사이는, 그리고 시카마루도 처음이었음. 눈물을 그칠 생각이 없는 시카마루를 보니 테마리의 눈앞도 흐려짐.

     


     

    *

    대체

    얼마나 더

    보고

    배워야

    순정 큐피트 20

     

     


    *

    막내가 미워. 가아라가 너무 무섭고 미워. 그런데. 그래서. 미워할 수가 없어. 눈물방울이 하나 둘 떨어져갔음. 소리가 더 커진 쪽은 이제 테마리였음. 그래도 난 막내를 사랑해. 여태 그랬어. 시카마루가 고개를 들어 올림. 벌겋게 변한 눈가를 엄지로 닦아내줌. 이젠 우리 셋뿐이니까. 부모님을 원망하지 않아. 근데, 이게 이제 뭐하는 짓인가 싶어. ? 칸쿠로는? 목이 막혀서 꺽꺽 소리가 나옴. 눈물 한 줄기가 시카마루의 볼을 타고 흐름. 그 때였음.


     

     

    *

    테마리.

    가아라의 목소리였음. 테마리가 황급하게 몸을 일으킴. 그러나 코가 벌게진 걸 감출 순 없었음. 테마리. 가아라가 한 번 더 누나를 부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그거였어.

    가아라는 보이지도 않을 시카마루를 지나, 테마리에게 다가가 어깨에 손을 얹음. 오래 전부터 나를 그렇게 봤었잖아.

    한 번쯤 그 솔직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어.

    눈가가 축축했지만 분명 막내는 웃고 있었음. 어느 때보다도 환한.

    누나는 아버지 장례식장에서조차 울지 않았으니까.



     

    *

    대체

    얼마나 더

    보고

    배워야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순정 큐피트 20

     



    *

    퇴원수속은 원래대로 이뤄짐. 삼남매는 집으로 돌아와 다시 앞으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눔. 가아라는 조형을 다루는 것에 다시 공부를 하고 싶다고 함. 스스로의 방식을 개척하고 싶었음. 곧 지금은 진학을 포기하겠다는 뜻이었음. 확신 가득한 눈빛에 칸쿠로와 테마리는 자조적인 웃음을 보임.

    너만의 생각도 있었을 텐데.

    너무 늦게 알아버렸어.

    늦지 않았어.

    테마리는 다시 학교에 돌아가게 됨. 칸쿠로도 때마침 장학금을 타게 됐음. 셋이 각자 시간이 되는대로 부담 없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으기로 함.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도 아니었기에 대화는 길게 이어짐.

     



    *

    네 개수작 때문에,

    기껏 대신 울어줬더니 개수작이라고?

    내 말은,

    고맙다는 의미지?

    ......어차피 그렇게 들여다 볼 거였잖아.

     


     

    *

    마지막으로 큐피트로서 말할게.

    그래.

    형제들과 네가 행복하길 바라.

    .

    이건 나 자신으로서.

    말해봐.

    네가 행복하길 바라.

    ......

    다름 아닌 네가.

     






    * 에필로그



    쵸지

     

     

     

    *

    내 큐피트는 왜 이렇게 뚱뚱하담.

    아이는 그렇게 투덜대곤 했음. 쵸지를 바라보던 날카롭고 곧은 눈빛은 마치 그때와 같았고.

    근데 아저씨. 아저씨 손가락엔 왜 반지가 두 개에요?

    , 그게 말이지.

    아저씨가 좋아했던 사람 거였어요?

    말하자면, 그렇겠지.

    아이는 쵸지를 빤히 쳐다보다 손바닥을 대뜸 내보임.

    나 하나만 줘요.

    ?

    반지 달라고요.

    하지만 나는 네 사랑을 이뤄줘야 하고,

    그럼 내가 클 때 줄래요?

    아이는 거침없이 말을 내뱉음. 큐피트라면 그 정돈 기다려줄 수 있겠지? 아이는 그 말과 동시에 앞으로 뛰어나감. 쵸지가 안절부절 못하며 아이를 따라감. 어리니까 하는 이야기겠지. 이번에도, 가벼운 마음이겠지. 그렇겠지.

     


     

    이노


     

     

    *

    ?

    ?

    또 사이군이야???

    또 만났네요.

    사이가 살며시 웃어 보임. 답답해진 이노가 그 자리서 방방 뜀.

    왜 자꾸 따라오고 난리인데!

    내 의지가 아닌걸요. 하늘이 정해주지.

    사이군 덕에 내 일이 다사다난해졌다고!

    그냥 인정하지 그래요?

    갑자기 사이가 이노에게 얼굴을 들이 밈.

    , ?

    나 좋아하잖아요.

    그런 거 절대로 아니거든!

    난 그런데.

    이노의 얼굴이 빨갛게 변함.

    . 역시나.

    사이가 천연덕스레 웃음소릴 냄.

     



    시카마루

     

     

     

    *

    ...내가 왜 너에게 다시 배정됐는지 모르겠는데.

    , 이번엔 내 속을 들여다 볼 수 없나보네.

    테마리는 전과 사뭇 달라보였음. 시카마루가 원했던 대로 삼남매는 서로를 보듬어주면서 각자의 길을 걷고 있었음. 그리고 테마리는,

    네 입으로 말했잖아. 내가 행복해지길 바란다며.

    테마리는 씩 웃음을 보임.

    맞춰봐. 내 사랑이 나에게서 어디로 향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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