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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테마리] Every time she closed her eyes
    * * * * 2015. 10. 25. 06:48





    In the night, a stormy night

    밤이면, 폭풍이 몰아치는 밤이면

    She closed her eyes

    그녀는 눈을 감았어요

    In the night, a stormy night

    밤에, 폭풍이 몰아치던 밤에

    Away she flied

    그녀는 날아갔어요




     


     

    밤은 길었다. 막내를 두고서 눈을 감기엔 밤이 너무 길었다. 동생이 잠을 청할 때 마다, 마을에는 커다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달빛도 다 가려버릴 정도의 몸집이었다. 괴수의 손은 모든 걸 앗아가기에 충분했다. 건물이 부서지고 적잖은 목숨이 스러졌다. 아버지의 실패작은 밤마다 사람들에게 두려움만을 심었다. 소녀는 그 광경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서 막내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게 다였다.

     


     

    테마리씨.”


    급하게 고개를 들었다. 분홍빛 부드러운 머리카락의 또래 소녀가 제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사쿠라. 저도 모르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목이 매여 끝 발음이 뭉개졌다. 사쿠라는 늘 그래왔듯 미소를 보였다. 천천히 하셔도 좋아요. 시카마루도 잠시 쉬러 나갔어요. 테마리는 그제야 몸의 긴장을 풀었다.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네.”

    피곤하셨나 봐요.”


    사쿠라는 비어있는 자리에 앉아 정리된 차트를 들여다봤다. 중급 닌자 시험 준비가 막바지였다. 4차 닌계대전을 대비하여 불규칙하게 개최 예정이 된 만큼 시간이 촉박했다. 아까 사쿠라가 건넨 말은 그저 저를 안심시키고자 한 의도인 것도 알고 있었다. 눈가를 비비던 테마리는 다시 펜을 잡았다. 안개 마을에서 보낼 하급 닌자들을 살폈다. 간단하게 적힌 능력들을 확인하던 중 그녀의 시선이 한 군데에 머물렀다. 안개로 하여금 꿈에 빠지도록 한다. . 눈을 느리게 깜빡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꿈을 꾼 것 같았는데.


    아주 넋이 나갔군 그래.”


    이번엔 다소 밉살맞은 목소리였다. 테마리가 반박하기 전, 시카마루는 그녀의 뺨에 차가운 음료 병을 가져다댔다. 뜨거웠던 얼굴이 조금 식었다. 테마리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서 냉차를 받아들었다. 그는 사쿠라에게도 음료수를 건네줬다. 아까부터 꾸벅거리며 졸았어. . 정작 그는 뭔가를 마실 기미도 없이 의자에 기대어 앉았다. 그 사이에 웬만한 자료는 내가 다 훑어봤으니까. 냉차를 홀짝이던 사쿠라가 묘한 표정을 보였다. 웬일로 꽤나 열심이네. 최근엔 귀찮아할 틈도 없거든. 말은 그렇지 시카마루는 여유롭게 어깨를 으쓱였다.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들으며 테마리는 마지막으로 닌자들의 계급 증명서를 점검했다. 나뭇잎 부수기 사건 이후로 생겨난 전례였다. 한 때 계급까지 위장하여 나뭇잎 마을을 침략하려 들었던 자신이, 이제는 이러한 업무를 처리하게 됐다. 저절로 한쪽 입 꼬리가 올라갔다. 볼에 대고 있던 유리병 표면이 뜨뜻해질 찰나였다.

     



     

    왜 이제 와서 전쟁을 벌이는 거죠?”


    똑같은 꿈이었다. 소녀가 목청을 높였다. 그녀 앞에 앉아있는 상급 닌자의 표정엔 변함이 없었다. 소녀는 말을 이었다. 그만큼의 시간과 희생을 치러서 간신히 쌓아올린 동맹 조약이에요. 식은땀이 이마에 맺혀 뺨을 타고 내려왔다. 남자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걸 깨면서까지,”


    큰 동생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막내는 늘 그래왔듯 알 수 없는 낯을 하곤 살기만 뿜었다. 소녀는 둘의 눈치를 보고선 입술을 달싹였다. 또 많은 사람이 죽을 텐데……. 상급 닌자가 그녀를 응시했다.


    닌자는 어차피 전쟁의 도구다. 동맹조약 자체가 우리들의 존재를 위협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어.”


    한 번도 사람을 죽여본 적 없다는 듯이 말하는구나. 남자는 일부러 사족을 덧붙였다.

     

     



    소녀는 고개를 숙였다. 비명소리에 귀를 틀어막았던 손은 어느 순간 당연히 피로 적셔졌다. 닌자 한 명의 질을 최대한 높였다. 아버지는 그걸 바랬다. 그녀가 세상을 보기 이전에, 아버지를 먼저 우러러봐야 했다. 피 찌꺼기를 닦아내지도 못하고 손끝에서 세상이 멀어졌다. 큰 동생이 유독 꼭두각시를 만지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리 모습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인형의 얼굴엔 표정이 없었다. 그는 굳이 거기에 감정을 그려 넣지도 않았다. 그게 자기 이상향이라고 했다. 이상향. 창밖에서 모래 폭풍이 몰아쳤다. 그녀가 눈을 감았을 때 마다, 그 소리가 마치 울음처럼 들렸다. 막내는 더 이상 잠에 빠지지 않았다. 마을의 밤은 비교적 조용해졌다. 소녀는 꿈속으로 도망가 버렸다. 이상향이, 그리고 천국이 있을 거라 꿈 꿨다. 스스로 뭔지 모를 천국을.

     

     



    그러고 보면 테마리씨는 참 특이해요. 뭐가? 일을 마친 그들은 시카마루의 안내한 당고가게에서 요깃거리를 해결 중이었다. 테마리보다 밝은 초록빛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카제카게의 누나로서 거기서도 임무가 많을 것 같은데. 나뭇잎 마을까지 왕래하고. 나 같았으면 다른 사람을 시켰을 텐데. 확실히 사쿠라는 현재 상황에서 제일 중요한 군 물자 보급을 담당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그녀의 입가엔 늘 웃음기가 있었지만 분명 못 보던 사이 얼굴이 야위었다. 그건 맞은편에 앉아 조용히 당고를 먹는 시카마루도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내색하지 않아도 전쟁은 코앞까지 다가왔다.


    어이. 시카마루.”


    그 때 그 꼬맹이 이름이 코노하마루, 이었던가. 테마리는 대뜸 딴 소리를 내뱉었다. 아아. 맞아. 시카마루가 그녀에게 눈길을 줬다. 이전에 테마리가 호카게에게 카제카게의 밀서를 건네주러 왔을 때, 돌아가려는 그녀 앞을 가로막아 다짜고짜 결투를 신청한 하급 닌자였다. 우리가 그 꼬마 나이였을 적, 나는 이 곳을 치러 왔었다. 사쿠라가 어색한 웃음소리를 냈다. 시카마루는 턱을 괴고선 도대체 지금 그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건데? 하고 투덜거렸다. 들어봐. 테마리는 무덤덤한 어조로 말을 트였다. 코노하마루라는 꼬마, 나루토 녀석에게 전수 받은 기술까지 쓰면서 나에게 덤벼들었지만 적어도 살기 자체는 없었어. 아이의 투정이었을 뿐이었으니까. 두 손으로 잔을 감싸며 아까와는 다른 온기를 느꼈다. 우린 아니었지. 이른 나이에 많은 걸 배웠다. 그녀는 든든한 동맹국의 닌자들을 똑바로 바라봤다.


    더 이상은 그런 일이 있어선 안 된다 생각한 것뿐이다.”

     

     


    소녀는 꿈속에서도 밤을 겪었다. 그곳은 고요했고 깊게 잠들기에 충분했다. 그녀는 천국을 막연하게 꿈꿨다. 그냥 모두가 행복한 곳. 아버지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 세 남매는 남겨졌다. 막내는 남을 사랑하기로 마음먹었다. 큰 동생은 그런 막내를 지켜주고자 하는 감정을 가졌다. 하늘은 아직 어둑어둑했다. 소녀는 그 아래 누워있었다. 여기까지 너무 돌아서 왔다. 그 길을 바로 잡아 주고 싶었다. 다음에 찾아올 이들이 절대로 헤매지 않을, 그런 세계를 기대했다. 태양이 떠오른다는 걸 알아. 여긴 천국이 될 수 있어. 그녀는 눈을 떴다. 소녀는 이 곳이 더 이상 꿈이 아님을 깨달았다.

     



     

    결과적으로 너에게도 지켜야 할 왕이 있다? , 유치하지만 네 표현을 빌자면 그렇다는 거지. 테마리가 스스럼없이 씩 웃었다.


    그걸 위한 전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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