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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코소노] 틈새
    * * * * 2019. 9. 21. 18:07




     


    가볍게 쓴 것 주의.

    퇴고 아마 안했음.

     



    //


    이겼다. 이겼어! 소노코가 소리를 드높였지만 그보다 큰 환호성이 경기장을 울렸다. 쿄고쿠는 상대 선수와 인사를 나눈 뒤 옷매무새를 고쳤다. 근처 여자 관객이 사심 서린 어조로 그의 이름을 외쳤다. 질세라 소노코도 아무 말을 내지른다. 그 기세가 어마어마하여 주변에서 입을 다물 정도였다. 쿄고쿠는 장내를 떠나며 관람석을 쳐다보았다. 착각이 아니다. 분명히 눈이 마주했다. 당장 그를 만나고 싶다. 소노코는 가방을 챙기고 서둘러 빠져나왔다.



    달리면서 호흡이 가빠졌다. 목에 걸린 관계자 전용 출입증 카드가 흔들렸다. 긴 복도를 뛰어 선수 대기실 앞에 멈춰 섰다. 반쯤 열린 문 너머 쿄고쿠가 보였다. 바깥으로부터 등을 진 그는 수건을 머리에 얹은 채 숨을 고르고 있었다. 어깨가 크게 들썩였다.

    마코토 씨.”

    소노코의 목소리에 쿄고쿠가 빠르게 돌아섰다. 소노코 씨! 그녀는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쿄고쿠는 가볍게 소노코를 안았다.

    마코토 씨 우승이라니! 대단해.”

    ……그렇습니까.”

    문득 그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직 시합의 여운이 가시질 않았는지 평소와는 다른 눈빛이었다. 번들거리는 새카만 피부. 뺨에 서린 땀자국. 헐떡거리는 입술. 미소를 띠고 있지만 어딘가 여유는 없다. 뭐랄까. 그녀는 덩달아 얼굴을 붉힌다.

    곧 시상식이지? 마저 닦아야겠다. .”

    축축한 쿄고쿠의 얼굴을 수건으로 문지르며 웃는다. 이마에 단정히 내려온 앞머리를 헝클어뜨린다. 어쩐지 시선을 피하게 된다. 소노코 씨. 잠시. 그가 소노코를 좀 더 끌어당겼다 저절로 달뜬 소리가 나온다. 쿄고쿠와 가까워지면서 움직임을 멈추게 된다. 소노코 씨. 그는 연달아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소노코 씨. 소노코는 그대로 꼼짝 못하고 수건 끝만 부여잡았다.


     

    안 됩니다.

    쿄고쿠는 딱 잘라 거절했다. 소노코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따르던 그였음에도 선수 활동에 관한 문제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그녀는 입을 비죽거렸다.

    마코토 씨가 질 것 같아서? 할복이니 뭐니 무서운 말을 하는 것도 그렇잖아.

    어쨌든 안 됩니다.

    마코토 씨는 질 리 없어.

    그것도 그렇지만.

    여러모로 꼴사나운 모습을 보일 것 같아서요. 뒷목을 만지작거렸다. 쿄고쿠가 부끄러울 때 보이는 습관이었다. 소노코는 그를 노려보다가 무작정 달려들었다.

    소노코 씨, 이게 무슨…….

    몰라. 알려줄 때 까지 붙어있을 거야.

    가슴팍에 머리를 부비며 그녀가 심술을 부렸다. 소노코 씨. 떨어져주세요. 쿄고쿠가 그녀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제발요. 하지만 밀어내는 기색은 없었다. 애초에 그는 늘 뭔가 먼저 행동을 취하지 않았다. 어쩔 땐 답답할 정도로. 알려줘. 기를 쓰고 떼썼다. 결국 쿄고쿠는 경기 일자를 가르쳐줬다. 사실 그가 고집을 부려도 사람을 시켜 따로 정보를 알아낼 순 있었다. 하지만 이왕이면 본인에게 직접 듣고 싶었다. 싱글벙글한 그녀와는 달리 쿄고쿠는 얼굴이 벌겋게 익어 어쩔 줄 몰라 했다. 손을 잡는 게 고작이었다.


     

    커다란 손아귀가 소노코의 뒷머리를 감싼다. 소노코는 헉하고 상체를 움츠렸다. 거기 힘이 실린다. 쿄고쿠의 몸은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맞닿은 볼에 열기가 엄청 났다. 평소라면 상상할 수 없는 포옹이었다.

    ……소노코 씨. 죄송합니다. 실례합니다.”
    잔뜩 잠긴 목소리였다. 그는 고개를 틀어 그녀 뺨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젖은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소름이 돋았다. 쿄고쿠는 바짝 붙어 이마와 눈가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소노코가 발꿈치를 들었다. 수건을 빳빳하게 잡아당기자 두 사람 머리 아래로 옅은 음영이 졌다. 조금 어두워진 틈새로 파고들어 소노코가 쿄고쿠와 코를 마주 댔다

    "좀 더요." 

    "소노코 씨. 그게." 

    이번에도 그는 망설인다. 먼저 시작한 주제에. 미운 말은 억누르며 보챈다. 얼른요. 눈을 감는다. 허리에 감긴 팔이 억세다. 무게감이 느껴진다. 답답하진 않다. 언젠가 그 무거움에 잔뜩 짓뭉개져도 행복할 것 같다. 그럴 연인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만. 더운 입김이 가까워진다.



    예상대로 쿄고쿠는 아주 상냥한 키스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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