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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코소노/조각글] 만약의 경우
    * * * * 2019. 12. 8. 22:53



    *짧음 주의.
    *되는대로 썼음.
    *퇴고했을 리 X.




     

     

    희미한 소리에 쿄고쿠는 눈을 떴다. 텔레비전 속 방청객의 환호성이었다. 화면 전환이 이뤄지면서 빛이 조금 강해졌다. 쿄고쿠는 손등으로 눈가를 비볐다.


    마코토 씨, 깨어난 거야?”


    침대 머리판에 등을 기대고 있던 소노코가 이쪽을 바라보았다.


    미안해요. 음량을 최대로 줄이긴 했는데.”


    그녀는 그의 큼직한 후드티를 걸치고 있었다. 쿄고쿠는 상체를 일으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쿄고쿠가 소노코의 옆에 붙어 자세를 고쳐 잡았다. 예능 프로그램입니까? 아아. . 그녀는 여전히 난처한 표정이었다. 잠은 충분히 잤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건만. 그는 소노코의 어깨에 머리를 조심스레 기대었다. 얼핏 알고 있는 MC와 게스트들이 만담을 주고받았다.




     

    경기 시즌이라는 이유로 연달아 여러 대회를 치러야만 했다. 연승 챔피언이라는 명예로운 타이틀이 따랐어도 체력소모는 엄청났다. 겨우 일정을 맞춰 귀국할 수 있었다. 미리 소식을 전해들은 소노코 쪽에서 쿄고쿠의 숙소를 마련해줬다.


    그는 보통 한 사람이 쉴법한 비즈니스 룸을 잡았었다. 그녀가 함께 방으로 올라가겠다고 말할 때 눈치 챘어야 했다. 소노코가 예약한 곳은 스위트룸이었다. 두 사람이 누워도 넉넉한 침대를 보며 쿄고쿠는 마른 침을 삼켰다. 예상대로 그녀는 여기서 나갈 생각이 없어보였다. 욕실에 떠밀린 그가 얼마나 많은 잡념을 떨쳐내야 했는지 소노코는 모를 것이다.


    머리의 물기를 완전히 말리고 그녀의 손에 이끌려 침대에 누웠다. 샤워를 하는 동안 소노코는 그의 짐에서 편안한 옷을 꺼내 갈아입은 상태였다. 오늘은 함께 쉬어요. 나도 빈둥거릴래. 나란히 드러누운 소노코가 낄낄댔다. 마코토 씨, 포옹해도 될까요. 쿄고쿠는 천장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겨우 대답했다. . 좋습니다. 그대로 그녀가 안겨왔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어찌됐든 용케 잠이 든 모양이었다. 아직은 나른한 의식에 취해 느리게 눈을 끔뻑였다. 토크쇼는 여러 미제 사건들에 관하여 주제를 다뤘다.


    아저씨 덕에 최근 많이 줄어든 추세라곤 하지만.”

    그렇군요.”


    소노코가 친근하게 부르는 상대라면 모리 코고로 탐정이었다. 손에 꼽히는 경험일 뿐이지만 그는 확실히 뛰어난 추리력을 보였다. 사실 쿄고쿠의 시야에 잡히는 건 코난이라는 소년이지만. 그 꼬맹이는 가끔 너무 어른스러워서 좀 그래. 시시콜콜한 잡담을 나누며 TV쇼에 집중했다.


    마치 계획된 것 마냥 개그맨이 갑작스레 과장스러운 제스처를 보였다. 그의 입에서 튀어나온 이름은 다름이 아니라 괴도 키드였다. 쿄고쿠는 미간을 좁혔다.


    그가 훔친 물건만 해도 수십 가지죠. 이만하면 중범죄 아닙니까? 경찰들도 손쓰지 못하고

    어째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인기가 더 높아지는 것 같아요.


    괴도 키드의 자료 영상이 뜨자 여성 관중이 목소리를 높였다. 소노코도 달뜬 호흡을 내고 말았다. 쿄고쿠는 애써 외면했다.


    특히 여자 팬들이 많잖아요. 키드의 키스를 받아보고 싶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아! 나라도 흔쾌히 키드님의 키스를 받을 것 같군요!


    스튜디오 내 환호가 또 한 번 터졌다. 쿄고쿠는 참지 못하고 몸을 바로 했다.


    , 채널 돌릴까요?”


    소노코는 이미 리모컨을 들고 있었다. 쿄고쿠는 그녀가 들고 있던 걸 자신의 손으로 가져왔다. 그가 내뱉은 말은 아예 다른 것이었다.


    소노코 씨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괴도 뭐시기의, .”


    소노코는 잠시 화면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가 다시 쿄고쿠를 응시했다.


    키드님, 아니, 괴도 키드의 키스요?”


    그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소노코가 손을 휘적거렸다.


    , 현실적이지 않은 걸.”

    만약에 정말 벌어진다면요?”


    매우 진지한 어조였다. 소노코는 눈동자를 크게 굴렸다. 그가 원하는 대답은 정해져있다. 그러나 그녀는 머릿속으로 그 상황을 상상하고 말았다. 솔직히 한 번쯤 꿈꿔보지 않았던가.


    아차. 소노코가 급히 정신 차렸으나, 이미 잠깐의 침묵은 다른 답을 표하는 바였다. 쿄고쿠의 눈빛이 흐려졌다.


    “에이,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요.”

    ……. 괜찮습니다.”


    애써 위로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의 어깨가 눈에 띄게 쳐졌다. 세상에. 어쩜 좋아. 소노코는 스스로 이마를 치고 싶은 심경이었다. 마코토 씨. 이쪽 좀 봐봐. ? 마코토 씨. 몇 번의 부름에도 꼼짝 않던 쿄고쿠가 겨우 그녀를 물끄러미 봤다. 미세하지만 입술을 죽 내밀고 있다. 경기장에선 절대로 보지 못하는 광경. 아마 자신만이 아는 모습. 소노코는 히죽거리며 작은 손으로 그의 뺨을 감쌌다.


    거짓말 미안.”

    ……. 소노코 씨의 탓은 아니니까요.”


    상냥한 사람. 자신에겐 절대로 화내지 않는다. 소노코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이야.”


    그녀는 일부러 크게 쪽 소리 내어 입을 맞췄다. 쿄고쿠는 늘 그랬듯 어벙한 낯을 감추지 못했다. 소노코는 아까보다 길게 키스했다.


    내가 늘 키스하고픈 건 마코토 씨야.”

    …….”


    그의 얼굴이 뜨거워져서 손바닥까지 후끈거렸다.


    “마코토 씨, 또 해도 괜찮을까?

    ……. 물론입니다.”




    버드 키스는 몇 차례 더 이어졌다. 텔레비전 속 토크 화제가 바뀌었지만, 두 사람에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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