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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코소노] 썰로 쓰기엔 길고 소설이라고 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 * * * 2020. 1. 1. 14:55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르겠다. 코앞에서 느껴지는 옅은 숨결에 쿄고쿠가 마른침을 삼켰다. 소노코는 그에게 이마와 코를 맞댄 채 가만히 있었다. 오로지 연인의 허리를 잡고 그녀가 중심을 잃지 않도록 지탱하는 게 최선이었다.

     



    영화 크레딧이 올라가고 소노코는 쿄고쿠의 어깨에 기대었다. 그녀가 일부러 몸 전체를 실었지만 쿄고쿠는 미동도 없었기에 킬킬 웃음이 나왔다. 그쪽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눈을 맞췄다. 소노코는 말없이 뺨을 비볐다. 그녀의 체취가 진하게 느껴졌다.


    다음 주면 또 돌아가겠네. 출국을 앞두고선 어리광이 많아진다. 쿄고쿠도 알아챌 정도였다. 일본에 머무르는 동안 소노코는 최선으로 그를 편하게 해줬다. 이마저도 쿄고쿠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그녀만의 가벼운 표현이다. 그런 배려를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고맙고 괴롭다. 한 번 쯤은 당신이 화를 냈으면 좋겠어. 눈물을 보여도 괜찮아요. 가지 말아달라고 떼를 써줘요. 이거야말로 너무 무거운 감정일까. 쿄고쿠는 속으로만 생각했다.


    소노코 씨. 그는 팔을 둘러 그녀를 완전히 품에 넣었다. 금방 돌아올게요. 약속합니다. 팔뚝을 위아래로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조용히 있던 소노코가 갑작스레 쿄고쿠의 무릎 위로 올라탔다. 그녀는 그의 어깨를 짚은 채, 까슬까슬한 검은 머리보다 높은 눈높이에서 시선을 맞췄다. 쿄고쿠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안되겠다.”

    ?”


    무엇이? 속에서 짙은 불안감이 스멀스멀 피어났다. 막연히 스치는 최악의 상황들이다. 쿄고쿠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 실컷 마코토 씨를 만지고 봐야겠어.”

    ……?”


    소노코의 손아귀 힘이 강해졌다. 어깨가 눌리는 것과 동시에 그가 염려했던 전조도 순식간에 사그라졌다.


    “만지는 거라면. 지금도.”

    아니. 나는 좀 더 확실한 걸 원해.”


    그녀가 거리를 확 좁혔다. 쿄고쿠는 크게 떨었다. . 가만히 있어. 두 사람이 어떤 자세로 있었는지 그제야 인식한 그가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습니다.”

    이대로 떨어지면 또 몇 개월 뒤잖아. 그 사이 내가 마코토 씨 얼굴을 잊으면 어떡할래.”

    그건……. 싫은데요.”


    녹색 눈동자에 비친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분명 한심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그치? 그러니까 제대로 새겨두는 거야. 언제까지나 기억할 수 있게.”


    소노코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쿄고쿠의 눈가를 쓸었다. 장난스럽게 반창고를 건드린다.


    ……알겠습니다.”

    편안하게 있어요.”


    그게 될 리가요. 그답지 않은 투정에 소노코가 깔깔댔다. 그녀의 손이 뺨을 쓸다가 턱 선을 따라 미끄러졌다. 얼굴을 좀 만지는 것뿐인데 숨쉬기가 어려워졌다. 마코토 씨. 힘들어? 놀리지 마세요.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아랫입술을 씹었다.


    그럼 안 돼.”


    어깨에서 손을 거둔 소노코가 쿄고쿠의 양쪽 볼을 감쌌다. 기대했던 키스가 이어졌지만 그녀는 애태우듯 입술 가장자리만 쪽쪽거렸다. 소노코 씨. 그녀의 허리를 안았다. 가늘게 눈웃음치던 소노코가 이번엔 그의 콧대에 입을 맞췄다. 마코토 씨. 좋아해. 좋아해요.


    그녀의 고백에 쿄고쿠는 아득한 정신을 붙잡았다. 소노코가 그의 목에 두 팔을 휘감으며 이마를 맞대었다. 그녀의 상체가 완전히 앞으로 쏠렸다. 쿄고쿠는 단단한 몸을 지탱했다. 그가 뻐근한 허리를 바르게 세운 건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그녀는 아직 거기까지 눈치 채지 못한 모양이었다. 소노코 씨. 쿄고쿠가 입을 뻐끔거렸다.


    마저 키스해주시면 안될까요.”

    좋아요.”


    소노코는 다시 웃었다. 역시 안 된다. 어떤 생각을 품고 있던 소노코가 직접 보이는 행동 하나에 이렇게 무너지고 마니까. 하지만 이런 함락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쿄고쿠가 고개를 틀었고 마침내 두 입술이 제대로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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