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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크레딧이 일정한 속도로 올라가고 있었다. 품안에 있던 소노코가 얕게 기지개를 했다. 쿄고쿠는 그녀가 답답하지 않도록 상체를 조금 뒤로 뺐다. 어때요. 괜찮은 영화였지. 소노코는 다시 그에게 기대었다. 네. 정말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액션 장면이……. 훌륭했네요. 자세를 고치며 쿄고쿠는 차분하게 답했다. 그치. 배우가 스턴트맨 없이 액션을 소화했다는 게 신기해. 그들은 그밖에 좋았던 점들도 감상을 나눴다. 소노코는 크레딧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맘에 든다며 느긋하게 웃었다. 조금 더 듣다가 끄죠. 그녀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이거. 마코토 씨랑 꼭 보고 싶었어.”
란이랑 코난이 같이 보러 가자고 몇 번이나 졸랐는데 참았어. 농조였음에도 쿄고쿠는 편히 웃을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영화가 내려가고, VOD로 보기까지. 쿄고쿠는 소노코 곁에 없었으니까. 짧은 침묵을 의식한 그녀가 그를 올려다봤다.
“또.”
“……예.”
“그러지 말라니까.”
“죄송합니다.”
뭐가? 어떤 부분이? 일부러 몰아세우는 것에 쿄고쿠는 그제야 옅은 미소를 보였다. 아닙니다. 잊어주세요. 맑은 눈동자가 그를 조용히 응시했다.
“잊어달란 말이지.”
“부탁드립니다.”
소노코는 입꼬리를 올렸다.
“자극이 필요해.”
방금 일 따윈 머리에서 얼른 지울 수 있는. 그리고 그녀는 일부러 소리 내어 쿄고쿠의 턱에 입맞췄다. 그는 입술을 뻐끔거렸다.
“제가 먼저 잊어버리게 생겼는데요.”
그럼 더 좋지. 재차 입술을 부볐다.
“그럼 앞으로 뭘 해야하는지만 생각할 수 있잖아요.”
쿄고쿠의 손이 소노코의 얼굴을 감쌌다. 그녀 고개를 옆으로 틀어 조심스럽게 키스했다. 두 입술이 떨어졌다가 다시금 서로를 찾았다. 그가 소노코의 아랫입술을 깨물어 혀를 밀어 넣자, 질척한 소리가 점차 커졌다. 어느새 그녀가 몸을 아예 돌렸다. 그리고 쿄고쿠의 목에 두 팔을 둘렀다. 흥분이 고조됐다. 경기 중 느끼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당연히 하반신이 뻐근하게 저렸다. 그의 변화를 느꼈는지 소노코가 조용히 숨을 골랐다. 두 사람은 천천히 떨어졌다.
당연히 그다음을 원한다. 그러나 아직은 이르다.
소노코가 어색하게 웃었다. 뺨에는 솔직한 홍조가 서려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나니 이미 크레딧이 끝난 지 오래였다. 치지직. 가벼운 노이즈가 화면에 나타났다. 아. 그녀가 근처에 둔 리모콘에 손을 뻗으려 했다.
“소노코 씨.”
쿄고쿠가 소노코의 손목을 잡았다. 그녀의 시선이 그에게 돌아갔다. 쿄고쿠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이미 외롭게 두고 있다. 필요할 때 곁에 있지 못한다. 이대로 욕망을 내세우기만 하는 건 이기적이다.
그럼에도 소노코는 다가왔다.
그쪽에서 다급해졌다. 그녀를 살짝 안아 들어 하체가 밀착되도록 만들었다. 소노코가 작게 떨었다. 쿄고쿠는 등을 쓸어주며 이마와 코에 입술을 문질렀다. 소노코 씨. 그의 속삭임은 다시 시작된 키스에 멎었다. 이번엔 조금 더 격정적이었다. 쿄고쿠가 허리를 들썩이면 그녀도 조금씩 흔들렸다. 행위는 그치질 않고 반복됐다. 까만 손으로 쓰다듬을 때마다 소노코는 신음을 흘렸다. 그 잠깐씩의 위안이 죄책감을 앞서나갔다.
.
.
.
“자택까지 바래다드리겠습니다.”
“응. 고마워요.”
소노코는 작은 빗으로 머리 끝을 꼼꼼하게 정돈했다. 옷걸이에 걸린 카디건을 꺼내 그녀에게 입혀줬다. 몸은 아직 열기가 가시질 않았다.
“갈까요. 마코토 씨.”
“예.”
문득 소노코의 어깨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발견했다. 소노코 씨. 잠시. 쿄고쿠가 팔을 드는 순간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아. 그게. 그러니까. 소노코가 횡설수설하다 아랫입술을 작게 깨물었다.
“바보 같다. 나.”
“아닙니다.”
의식하는 게 당연합니다. 붙어있던 것을 떼어낸 쿄고쿠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역시 아까 일은 죄송했습니다.”
잠자코 있던 소노코가 그에게서 떨어졌다.
“어떤 게?”
“예?”
“혹시 후회한다든지?”
“그럴 리가요!”
다급히 부정하자 그녀가 평상시와 같은 웃음소릴 냈다.
“죄송합니다……. 실언이었네요. 그런 뜻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잊어달라?”
쿄고쿠는 눈을 깜빡였다. 기시감 같은 것이 아니었다. 잊을게요. 잊을 테니.
“……자극, 말씀이죠.”
“학습력이 좋네요.”
정작 소노코는 절대로 잊을 수 없는, 그런 사랑스러운 표정을 하고서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다음 쿄고쿠는 좀 전보다 신사적인 방식으로 그녀를 만족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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