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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Break time* * * * 2015. 10. 15. 21:31
나루토로 인해 십미 전쟁은 끝이 났다. 그는 이제 마을의 영웅에서, 닌자 세계이자 모두의 영웅으로 명성을 알렸다. 시카마루는 그런 나루토의 곁에 함께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만큼 전후 마무리해야 할 일들은 많았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더 컸다. 전보다 시카마루를 찾는 이들 역시 늘었다.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식, 마을 재건, 닌자 세계를 다시 바로 잡는 것……등. 정신을 차리면 뭔가 또 다른 업무를 떠안고 있었다.
호카게 집무실에 있는 시간이 하루의 절반하고도 더 넘어갔지만 하루에 한 번, 집에는 꼭 들어갔다. 츠나데도 이해했다. 시카마루의 어머니 요시노는 고집스럽게도 장례식 이후로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평소처럼 아들에게 잔소리만 잔뜩 할 뿐이었다. 돌아가서 봐야 할 것들이 있지 않느냐, 굳이 여기 있을 필요 없다, 또 한바탕 후 설거지를 하는 어머니의 등이 처음으로 참 왜소하게 느껴졌다. 낯 뜨겁기 짝이 없었다고 해도 시카마루는 오랜만에 어머니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다음엔 어떤 미운 말이 나올까. 그의 예상을 깨고 요시노는 그대로 하던 것을 멈추고서 눈물을 보였다. 분명 억세게 잠군 수도꼭지에선 물이 뚝뚝 떨어졌다. 때문에 어머니가 울음소릴 냈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이제 됐단다. 가보렴. 너를 기다리는 이들이 있잖니. 한참 어깨를 떨던 그녀가 겨우 진정하고서 입술을 달싹였다.
며칠 뒤 모래 마을의 사자가 온다는 소식에, 당연하다는 듯 시카마루는 본인이 자처해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지성파씨!”
“마츠리도 참!”
아. 이 시끄러운 것들은 뭔데. 시카마루가 눈짓을 하자 테마리 역시 헛기침을 하고서 부채 끝부분을 땅바닥에 내리쳤다.
“품위를 지켜라. 마츠리. 유카타. 오늘 너희는 엄연하게 외교관으로서 여기 온 것이다.”
네넵. 둘은 애교 섞인 말투로 대답하며 거수경례를 했다. 뭐라고?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에 시카마루는 미간을 찌푸렸다. 못 들었나? 테마리가 다시 부채를 등 뒤로 하며 되물었다.
“이번 전쟁 관련으로 처리할 서류가 제법 많다. 나뭇잎 마을 전체적 상황까지 나 혼자 살필 순 없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시카마루가 쯧 하고 혀를 찼다.
“확실히 예전에 왔던 때와는 분위기가 틀리네요. 차차 제 모습을 찾아가겠죠?”
“말을 아껴라. 마츠리.”
“그보다 여기까지 왔는데 배가 너무 고파요! 밥부터 먹으면 안 될까요? 네? 네에?”
쉴 새 없이 재잘대는 마츠리와 유카타를 보며 시카마루는 눈동자를 굴렸다. 테마리는 애써 웃음을 보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문득 전쟁 중 혈계도태에 대해 왈가왈부 했었던 광경이 떠올랐다. 그가 이내 한숨을 내뱉으며 세 여자를 등지고 먼저 걷기 시작했다.
“따라와. 저 여자 말대로 입 좀 다물고.”
아주 귀찮은 일이 하나 더 생긴 꼴이었다.
마츠리와 유카타는 마을을 둘러보면서도 계속해서 수다를 떨기 바빴다. 시카마루가 제지를 하려 들면, 둘은 이것도 임무 수행 중이라 우기며 혀부터 내밀었다. 저래보여도 일은 꽤 잘 하니까. 그러지 않았다면 가아라가 보내지 않았을 거다. 어느새 시카마루 옆으로 테마리가 다가왔다. 뒤에서 두 소녀의 부담스러운 눈초리가 느껴졌지만 그는 무시하고자 노력했다. 모래 마을의 분위기에 대해 간단하게 대화 하다 그들은 식당에 들어왔다. 여러모로 떠들썩한 분위기에서 시카마루는 겨우 하루의 첫 끼를 입에 가져다 댈 수 있었다. 테마리는 차분하게 마츠리와 유카타에게 지시했다.
“식사를 마친 후 너희는 곧바로 마을을 살피도록. 이미 전쟁 중 너희의 얼굴이 많이 알려졌을 테지만 혹 무슨 일이 있다면 카제카게님이 주신 증명서를 보여주면 될 것이다.”
“그런데 테마리님은 정확하게 어떤 서류를 정리하시는 거죠?”
“희생자들에 관해서.”
느긋하게 차를 마시던 시카마루가 대신 대답했다. 전장에서 전사한 닌자 뿐만이 아니라 예토전생 역시. 그 중에 제물로 쓰인 이들, 그리고 실패한 사례까지. 아. 유카타가 뭔가 떠올랐다는 듯 짧게 소리를 냈다. 실패한 예토전생이라면 우리도 만났지? 마찬가지로 마츠리 역시 눈을 크게 떴다. 맞아. 그 붉은 모래의……. 그…….
“붉은 모래먼지 다이마루, 말이지.”
테마리가 말을 이었다. 접시를 비우던 시카마루는 어느 샌가 그들의 대화를 은연중에 엿듣고 있었다.
“맞아요!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냈다고 했던! 로맨틱한 분이였죠!”
“죽어서도 짝사랑했던 테마리님을 잊지 못하고…….”
“거기까지다.”
유카타의 말을 잘라내고서 테마리는 수저를 내려놨다. 식사도 거의 다 끝냈으니 사담은 멈추도록 해. 시카마루는 저도 모르게 자신이 다 먹지 못했다고 말할 뻔했으나, 그렇기엔 눈앞의 그릇이 너무나도 깨끗했다. 순간 그는 본분을 잊고서 잡담에 말린 기분이 들었다. 이래서 여자들이란. 한편 테마리가 시카마루 쪽으로 고갯짓을 했다.
“한심한 얼굴이지만, 마을에선 맡은 일들이 꽤나 많은 남자다. 그만큼 시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소리다. 어서 움직이자고.”
“……칭찬을 하던 욕을 하던 하나만 해. 귀찮기는.”
자리서 일어나면서 시카마루가 제 뒷머리를 매만졌다.
일을 하던 중 다른 생각을 해본 적이 있었나? 시카마루는 펜을 하염없이 까딱이기만 했다. 전쟁 이후 그는 이런 시답잖은 곳에 신경을 쓴 적이 없었다. 분명 온전치만은 않은 상황임에도 시카마루는 이 모든 것을 어느 순간 당연한 일상으로 받아들였다. 아직 무리라고 생각한 단계는 아니었다.
문득 그것을 깨달은 것은 제일 마지막으로 치러진 네지의 장례식이었다. 희생자들의 장례식은 되도록 날짜를 겹치지 않고서 행해졌다. 히나타는 그를 완전히 놓지 못한 눈치였고 시카마루와 나머지 동기들은 그녀의 뜻을 존중했다. 마을의 동료들 장례식이 이어지는 동안 그는 어느 순간부터 의연한 태도로 있게 됐다. 그래선 안됐지만, 그저 해야 할 일이라고만 생각했다. 상복도 제 몸의 일부였다. 그래야만 하니까. 아버지의 장례도 마찬가지였다. 뭔가 더 할 겨를도 없이 어머니의 어깨를 도닥이기만 했다. 그리고 마지막, 네지의 장례식에선 슬퍼하지도,제 동료와의 추억을 떠올리지도 않고서, 무심코 그 다음 있을 일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곧 히나타가 눈물을 보이는 것에 정신이 들었지만. 시카마루는 죄책감이 들 여력도 없었다.
그리고 최근. 그는 지금 이 순간까지 어마어마한 양의 업무를 하는 중이었다. 봉인반이 넘긴 차트를 전부 살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예토전생 된 이들을 위한 제를 조만간 올릴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각 마을 별로 행해지는 것인 만큼, 소속을 확실하게 검토해야 했고 서로가 상대했었던 이들을 모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평소와 같았다면 늘 그래왔듯 별 생각 없이 다음 제를 위해 뭘 준비해야 할지도 따졌을 것이다.
“어이. 시카마루.”
테마리가 다소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하며 시카마루에게 서류 하나를 내던졌다. 구름 마을 소속에 나뭇잎 마을 닌자를 넘기면 어떡해. 결국 실수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그나마 다른 마을 닌자들이 잠시 휴식을 가지러 나가서 다행이었다. 이런 일은 한 번도 없었다. 저도 모르게 인상을 팍 썼다. 그런 그의 표정을 그녀가 읽었다.
“……주제에 너도 지치긴 하나보군.”
아니야. 시카마루가 대꾸도 하기도 전에 테마리는 몸을 슬쩍 뒤로 뺐다. 그리고 마치 누군가를 따라하듯 두 손을 머리 뒤로 했다. 사실 나 역시 꽤나 따분하다. 그녀가 이를 드러내 히 웃었다. ……이런. 그의 얼굴이 조금은 누그러졌다.
“……익숙해져선 안됐지. 새삼 끔찍한 금술이었다. 예토전생은.”
“아아.”
“죽은 이를 그런 식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도 그렇고.”
테마리가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는 것에 시카마루는 아스마를 먼저 떠올렸다. 최고의 포메이션이었다. 이노시카쵸. 내가 더 이상 가르칠 것이 없어. 오랜만에 무의식적으로 제 스승을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보다 더 찝찝한 게 있었다. 그는 여전히 펜을 부산스럽게 움직였다. 그것을 눈치 채지 못하고서 테마리는 계속 이야기 했다. 가아라와 함께 아버지를 만났을 때라든지. 소꿉친구도. 그녀는 다시 몸을 바로 했다. 시카마루가 잠시 뜸을 들이다 물었다.
“소꿉친구? 아까 그?”
좋아. 제법 자연스러웠다. 시카마루는 아무렇지 않은 척 천천히 턱을 괬다. 테마리가 그를 흘끗 쳐다보곤 고개를 끄덕였다. 기억하네? 아까 그렇게 시끄럽게 굴었는데 기억 못할 리가.시카마루 스스로 생각해도 꽤 능청스럽게 받아쳤다. 그녀가 머쓱한 웃음소릴 냈다.
“그래. 3대 라이카게를 다시 부활시키겠답시고 나타났지. 내가 금방 날려버렸지만.”
딱히 그것이 궁금한 것은 아니었다. 시카마루의 눈빛에 테마리는 뭔가를 생각하더니 다시 말문을 트였다.
“어렸을 땐 나를 무지 괴롭혔었지.”
“……현 카제카게와 관련해서?”
아니. 그것과는 별개다. 오히려 녀석은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쪽이었다. 테마리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마츠리와 유카타 말로는, 서투른 표현 방식이라고 했지.”
허어. 시카마루가 고개를 똑바로 돌렸다. 너는 이해하나? 테마리의 넉살 좋은 말에 그의 눈썹이 꿈틀댔다. 유치하기만하지. 귀찮기도 엄청 귀찮았고. 관심 없었어. 너다운 답이다. 그녀가 곧 입 꼬리를 올렸다. ……그래서. 시카마루가 다시 물었다. 신경 쓰였나? 그가. 잠시 서로를 빤히 바라보던 중 테마리가 눈웃음을 쳤다.
“닌자에게 있어 전장에선 사사로운 감정 따위 필요 없다.”
참 너다운 대답이네. 시카마루가 빈정댔다. 나는 그런 식으로라도 다시 만난 스승을 봉인했어. 꽤나 힘들었던 건 사실이야. 뒷말이 구차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아스마가 이 광경을 봤으면 분명 능글맞게 굴었을 것이다.
“……신경 쓰이기야 했지. 그래도 그것이 옳은 길이었다. 너도 알잖아? 마음에 대해선 분명한 거절의사를 내보였다. 그가 제대로 대답해달라, 요구했거든. 그래야 원 없이 돌아갈 수 있다며.”
조금 핀트가 어긋난 답이었지만 그토록 궁금했던 것은 해소했다. 시카마루는 그제야 잔뜩 쌓인 서류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대뜸 테마리가 다시 말을 걸어왔다.
“아까부터 계속 신경 쓰던 쪽은 너 아닌가?”
“……절대 아냐.”
농담이다. 그런 얼굴 하지 마. 시원스러운 웃음을 내보이며 테마리가 시카마루의 등을 찰싹 때렸다. 매운 손에 그가 윽 비명을 질렀지만, 그녀는 일을 다시 시작했다. 사담은 여기까지. 마침 적당히 쉰 닌자들도 돌아왔다. 시카마루는 슬쩍 테마리를 노려보다 서류 쪽으로 눈을 돌렸다. 아주 잠시 뿐이었지만 제 나이에 맞게 행동하며 그녀에게 휘둘린 것 같았다. 그래.참으로 대단한 여자였지. 정작 그는 그 후 본인의 업무 속도가 급격하게 빨라졌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쉬지도 않으면서 어떻게 정확한 일처리를 할 수 있냐고, 다른 마을의 닌자들은 매우 놀란 눈치였지만 테마리만이 묘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우리가 할 땐 한다고요!”
모래 마을로 돌아가는 길, 묵직한 보고서를 든 채 유카타와 마츠리는 헤헤 웃었다. 처음 치곤 잘했다. 테마리 역시 기분 좋게 대꾸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그녀의 귀가 조금 빨개져있는 것을 발견한 마츠리가 물었다.
“업무 처리가 잘 끝났나 봐요. 기분이 좋아 보여요. 테마리님.”
그것도 있고. 먼 거리를 가뿐하게 뛰며 테마리가 또박또박 말했다. 요 전번에 너희가 한 이야기, 대충 이해했거든. 뭘요? 뭔데요? 소녀들은 고개를 갸웃 움직였다.
“서투른 표현 방식.”
사담은 여기까지다. 어서 돌아가자. 말은 그렇지 테마리는 여전히 슬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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