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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괜찮아* * * * 2015. 10. 15. 21:19
“좀 더 한심한 표정이어도 괜찮아.”
테마리가 뜬금없이 말했다. 시카마루는 순간 사레가 들 뻔 했으나 겨우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그의 입에서 다소 퉁명스러운 투의 답이 튀어나왔다.그럴 만 했다. 임무까지 떠넘기고서 하게 된 데이트였다. 짓궂게 구는 6대 호카케 앞에선 대충 아무렇지 않은 척 상황을 무마했지만, 어찌된 건지 며칠 사이에 소문은 금방 퍼졌다. 그 결과 나루토 녀석은 물론이요 이노에게까지 제대로 시달렸다.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였다. ‘귀찮다.’ 라고 다시 읊조리기 시작한 순간 기다렸다는 듯이 정말 귀찮은 상황이 연달아 다가왔다. 그리고 제일 성가시고 귀찮은 일이 벌어지는 중이었다.
마을 입구에서 테마리는 상기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시카마루에게 딱딱한 인사를 건넸다. 귀여운 여자는 아니었다. 일단 그의 동기들과 비교해도 그랬다. 어쩌면 그래서 더 성가신 걸지도 몰랐다. 괜히 저번 일이 떠올랐다. 아직 어수룩했음에도 부담감에 객기를 부리던 시기가 있었다. 늘 하던 입버릇까지 참으며 무리했다. 그런 자신더러 정신 차리라고 힘껏 날려버린 것은 테마리, 지금 눈앞에 있는 그녀였다. 남자임에도 또 한심하게 여자에게 빚을 지게 됐다. 그 뜻으로 함께 밥이나 먹자고 했을 때 테마리는 당돌하게 되물었다. 그것이 데이트냐며. 왜 이런 여자를 꼬시려드는지도 모르겠고 더 따지기 귀찮았지만, 시카마루는 분명 데이트를 생각했었다. 애써 담담하게 그런 셈이라고 받아쳤다.
정작 별 거 없는 데이트였다. 이노가 종종 떠들었던 연애담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도리어 중급 닌자 시험관 파트너이자 마을 안내원으로 함께 했던 시절이 떠오를 정도였다. 버릇처럼 그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으나 왠지 모를 어색함을 느꼈다. 그렇다고 선뜻 테마리의 손을 잡기엔 더더욱 어색할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별 다를 것 없다는 듯이 굴었다. 이젠 얼추 예전 모습과 비슷하군. 아니, 이젠 그보다도 더 발전한 셈인가? 그녀는 이전부터 나뭇잎과 모래, 두 마을을 왕래했던 정보원으로서 할 만한 소리만 골라 했다. 그 후의 대화도 마찬가지였다. 현 모래 마을의 상황도 많이 좋아졌다든지, 이번에 신식 물건들을 많이 받아들이기로 했다든지. 시카마루는 한숨 섞인 웃음만 내뱉었다.
그들은 제법 적당한 식당에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예전부터도 그래왔지만 밥집을 선정하는 데에 있어서 시카마루는 귀찮음을 이겨내야만 했다. 카제카게의 누나인만큼 누추한 곳은 피하되, 그렇다고 너무 신경 쓴 티가 나서는 안됐다. 무심하게 테마리의 찻잔에 차를 따라주며 그는 생각했다. 그녀가 저를 멀뚱멀뚱 바라보다 픽 웃는 것도 눈치 채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그 녀석은 괜찮아? 테마리가 다시금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그 녀석?”
“사이였던가.”
“아아. 벌써 다 극복했지.”
한가하게 연애놀음 책이나 읽는 것을 보면 그렇다고. 시카마루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의 반응에 테마리는 작게 킥킥댔다. 잘 마무리 된 것 같네. 다행이야. 동시에 주문했던 식사가 나왔다. 그녀가 수저를 들었을 때, 문득 그는 테마리가 했던 물음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아까 전부터도 그렇고 과연 이런 대화가 데이트에 어울리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사실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기에 몰랐다. 말이 데이트지, 테마리는 순전히 저번 일에 대한 결과나 나뭇잎 마을의 상황을 조사하러 온 것 같았다. 역시 더 생각하기 귀찮아졌다. 시카마루는 혼자 이것저것 의식하던 것을 포기하기로 했다. 그래. 이 여잔 원래 이런 여자였지. 저절로 그의 얼굴이 조금 굳어졌다. 둘 사이의 대화가 잠시 끊겼다. 밥을 먹는 동안은 그랬다. 이따금씩 그녀가 시카마루를 흘끗 쳐다봤지만 그는 모르는 척 했다.
“그 일도 다 끝난 것 같고. 이젠 네 이야기를 해야 할 분위기 같아서.”
그리고 방금, 테마리는 갑작스레 그 소릴 했다. 시카마루의 표정이 어떻든 그녀는 능청스레 어깨를 으쓱댔다.
“그래. 그거. 그 한심한 얼굴.”
말은 그렇지 테마리의 입 꼬리가 올라갔다. 허어. 시카마루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중급 닌자 시합에서 처음 널 보며 그 생각을 했었지. 정말 한심한 낯짝이라고.”
“…….어째 표현이 점점 더 심해지잖아.”
그리고 뜬금없이 그 이야기가 왜 나와. 시카마루가 딴죽을 걸었음에도 테마리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꽤나 얼빠진 얼굴에 허세만 부리고, 남자니 여자니 시끄럽고, 게다가 울보이기까지.”
“언제 적 이야기를……. 이래서 여자들이란.”
시카마루는 몸을 뒤로 살짝 젖히며 제 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그 다음에 무슨 소리가 나올지 궁금하지도 않았다. 테마리가 말을 고르듯 입술을 앙 다물었다가 뗐다.
“…….그 때도 겨우 외쳤지만, 그럼에도 넌 내가 인정한 남자다. 아무리 한심한 낯짝이라 해도 그게 어울려. 너는."
이내 테마리는 옅은 미소를 보였다. 시카마루의 눈이 조금 커진 순간이기도 했다.
“그러니 나한텐 보여줘도 돼. 그래도 괜찮아.”
적어도 볼 때마다 질리진 않거든. 왠지는 몰라도. 그녀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 잠시 가만히 있던 그가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게. 왤까.”
감히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긴 건지는 몰랐다. 스스로 생각할 겨를도 없이 시카마루는 테마리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데이트를 신청할 때도 그랬었다. 무심코, 가 더 어울리는 표현이었다. 어찌됐든 그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뿐이었지만 그로썬 꽤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래서. 이번엔 시카마루가 눈썹을 찡긋대며 먼저 말문을 텄다.
“그래서 그건, 고백인가?”
흥. 하고 테마리가 코웃음 쳤다.
“두 번이나 말했던 격이야. 이번엔 알아들어서 다행이군 그래.”
멍청하게 굴었다면 또 날려 버렸을 거다. 쓰리아웃. 다소 쌀쌀맞고 비꼬는 어조였지만 그녀의 뺨은 꽤 붉어져 있었다. 역시 귀엽지 않은 여자였다. 이제는 저가 다시 되갚아줄 차례였다.
“귀찮게.”
시카마루가 씩 웃는 것에 테마리 역시 그를 따라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천천히 손깍지를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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