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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진지하게* * * * 2018. 5. 22. 22:49
“진지하게 한 번 만져보고 싶어.”여과 없이 표정을 구겼다. 그 모습이 퍽 무섭긴 했는지 시카마루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 테마리는 의식적으로 미간을 폈다. 너 여태 내 말을 듣긴 한 거야? 어. 제대로 듣고 있었지. 그런데 그런 실없는 소리가 나오는 거고? 아니. 요 근래 꽤 진지한 모습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연인이 되고서 느낀 점을 말하자면, 그는 어떤 때에 매우 뻔뻔한 면을 드러냈다. 그리고 이 상황이 그랬다. 몇 시간 전 그들은 업무적인 문제로 말다툼을 벌였고 지금까지 차차 풀어가는 중이었다. 분위기가 누그러질 쯤에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이야기를 이어갔다. “좀 더 진지하게 굴어도 괜찮아. 넌 그럴 필요가 있어.”“내 위치의 문제라면 좀 질렸어. 귀찮아.”“꼭 그런 뜻으로만 생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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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취중진담* * * * 2017. 2. 19. 23:24
그는 느리게 눈을 깜빡였다. 주량이 센 편이 아니었음에도 오기를 부려 마셨다. 옆에 앉은 그녀를 빤히 쳐다봤다. 꽤 달아오른 얼굴이었다. 슬슬 그만 할까. 그래. 더는 허세를 부리지 않았다. 안주를 주워먹으면서도 서로 한참 말이 없었다. 야. 먼저 입을 뗀 건 그녀였다. 왜. 네가 첫 데이트 때 그랬잖아. 음? 나랑 이렇게 밥을 먹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아아. 그랬었지.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린가 싶어서 기분이 묘했는데. 그녀는 비워진 술병들을 모아 한자리에 정리했다. 습관같은 것이었다. 이젠 대충 알겠더라. 뭘. 나도 널 이렇게 좋아할 줄은 몰랐다는 뜻이지. 이렇게. 그녀가 말을 되풀이하며 슬쩍 웃었다. 귀가 화끈거렸다. 놀리는 거야? 너도 그렇지 않나? 우리의 처음을 생각해 봐. 허. 곧바로 그가 귀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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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스러지다* * * * 2017. 2. 12. 17:04
* * * 테마리는 무심하게 말을 꺼냈다. 나라가 전 당주가 아끼던 사슴이 죽었다고 들었어. 모든 일정을 마치고 휴식 겸 차를 마시던 중이었다. 처음 우리는 찻잎이라 뒷맛의 씁쓸함이 더 강하였다. 갑자기 무슨 소리야? 칸쿠로가 입을 다시며 미간을 좁혔다. 가아라는 눈동자를 굴리며 누나의 다음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코노하로 가야할 것 같아. 당분간 코노하와 관련한 임무는 없을텐데. 테마리는 바닥이 드러난 찻잔을 탁자에 내려두었다. 그녀가 뭔가를 결심했을 때 그 뜻을 바꾸기 힘들다는 것 쯤은 칸쿠로도 잘 알고 있었다. 꼭 업무적인 용건이 있어서 갈 필요는 없지. ......사적인 이유라고 하더라도. 가아라가 드디어 말문을 열었다. 그게 왜 나라가와 연관이 있는 지 의문인데. 그걸 아직도 모른단 말이야?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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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글/이노시카쵸+a] We Never Change* * * * 2016. 5. 16. 23:45
* 나는 잔인해지고 싶지 않아.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잠자코 듣는 쪽을 택했다. 쵸지는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게 살고 싶어. 비어있는 손이 떨렸다. 시카마루는 시선을 하늘로 돌렸다. 구름 한 점 없이 맑았다. 원망스러울 정도였다.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어머니는 이미 이야기를 들은 후였다. 그것도 짐작이었다. 과할 정도로 의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도리어 화가 났다. 아버지는 조금 인상을 썼다. 흉터가 기이하게 일그러졌다.애처럼 굴지마라. 시카마루.또래 친구들보다는 조숙한 편이라 여겼다. 지켜야할 것. 시카마루는 아버지를 응시했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 건. 내가 아직 어리다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에요.아버지는 입을 다물었다.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시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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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테마] 조각글* * * * 2016. 4. 10. 23:48
The Time To Sleep 왜.뭐가.자꾸 쳐다보고 있잖아. 가시 돋은 어투였다. 그에게 두던 눈길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그녀는 정리한 자료를 두루마리로 말아 책장에 가지런히 올려놓았다. 그가 하품했다. 햇볕이 따가워서. 고개가 거기로 돌아가는 것뿐이야. 그는 사족을 붙였다. 그녀의 표정이 미세하게 바뀌었다. 빛이 과하게 이곳을 쬐는 건 사실이었다. 하필 자리가 그랬다. 그는 그녀가 서있는 책장 사이에 주저앉았다. 좀 더 괜찮은 핑계를 찾지 그래. 요란스럽게 손을 털었다. 그는 다리를 슬 벌렸다. 몇 걸음소리 뒤에 무릎을 접은 그녀가 그에게 붙어 몸을 기대었다. 머뭇거리던 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다. 숨을 내쉬지 않고 두 번이나 연달아 삼켰다. 금색 머리카락이 목을 간질였다. 정수리쯤 코를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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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시카쵸] 순정 큐피트! 下* * * * 2016. 4. 3. 23:15
Daum 웹툰 '순정 큐피트' 기반 AU 퇴고 안함 주의 *시카마루는 요새 관찰하듯 턱을 괴고 뭔가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일이 많아졌음. 시선을 느낀 테마리가 고개를 돌려 역정을 냄. 뭐야. 그 눈빛은. 왜. 멍청한 얼굴로 사람 속 들여다보지 마. 이게 내 일인데. 테마리는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긁음. 네가 하는 말 다 헛소리라고 했잖아. 그런 걸로 사람 떠보지 말라고. 전혀 그런 생각 한 적 없으니까. 예이예이. 테마리가 짜증을 내는 탓에 시카마루는 검은 날개를 펄럭이며 창가 밖으로 나가버림.근데 그게 네 마음인데 어떡하라고. *시카마루가 테마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며칠도 되지 않았음. 네 사랑을 이루어주러 왔다. 땅 사람. 늘 그래왔듯 시카마루는 서비스 차원으로 말문을 트였고, 제 앞에 나타난 큐피트..